총성없는 전쟁
총성없는 전쟁
  • 허세강 <수필가>
  • 승인 2012.04.0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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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허세강 <수필가>

제19대 국회의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전국이 난리 법석이다. 매스컴의 머리기사는 후보자와 정당관계자들의 격전지 순례로 시작된다. 선거 때만 되면 으레 생각지 못한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등장하게 되어 헷갈리게 되는데 이번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복병이 튀어나와 한쪽에선 바꾸자고 울부짖고 다른 한쪽에서는 심판하자며 날 선 공방을 벌리고 있다. 창업(創業)도 힘들지만 수성(守成)은 더 힘든데 점입가경이다.

권력은 잡기도 어렵지만 잡은 권력 내놓기는 더 힘들다는 말이 생각난다. 오늘 제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송된 '투표안내문 선거공보'가 우편으로 집으로 배달됐다. 겉봉투에는 4.11일 투표하러 갈 때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고 빨간 글씨로 인쇄되어 있었다. 그리고 속에는 제천, 단양 발전을 위한 장밋빛 공약사항이 수록된 우리 지역 출마자 네 명의 홍보물이 있었다. 후보자 모두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켜 잘사는 중소도시로 건설하겠다는 당찬 포부와 함께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16개 정당의 공약사항도 국민을 하늘 같이 섬기고 한없이 베푸는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세금은 적게 내고 혜택은 많이 받는 이상향 말이다. 우리의 국가재정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그렇게 무궁무진한가 누구나 겨울에 우리 집 골목에 쌓인 눈을 시(市)에서 치워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러나 그렇게 해줄 테니 거기에 소요되는 예산확보를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선뜻 응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우선 표를 얻으려 무한복지를 향해 계속 퍼주다 국가재정이 고갈되면 우리나라도 유럽의 그리스와 같은 국가부도위기의 사태를 맞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만약 국고가 바닥나면 송곳으로 찌를 땅 한 평 없이 연금으로 그달 그달을 살아가는 연금생활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이쯤 되니 이번 선거는 꼼꼼히 따지고 살펴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후보자와 비례대표자를 뽑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선거시즌에 생각나는 아주 유명한 한시(漢詩) 한편이 있다.

옛날 중국의 순임금이 자신이 정치를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변장을 하고 민정시찰을 나섰을 때 길가의 밭두렁에서 한 노인이 발로 땅을 두드리며 장단 맞춰 불렀다는 擊壤歌(격양가) 가 바로 그것이다.

日出而作(일출이작) 해 뜨면 밖에 나가 일하고

日入而息(일입이식) 해지면 집에 들어와 쉬고

鑿井而飮(착정이음) 우물 파 물 마시고

耕田而食(경전이식) 밭갈아 농사지어 먹으니

帝力何有於我哉(제력하유어아재) 임금의 힘인들 내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제 이 총성없는 전쟁이 끝나면 우리 모두가 손뼉치며 장단 맞춰 태평성대의 격양가를 구가하는 날이 도래할 것이라는 간절한 기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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