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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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 승인 2012.04.0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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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TGIF'라는 말이 있습니다. 'Thanks God, It's Friday!'의 준말로 주말의 해방감, 휴일의 기쁨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올해부터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학교에서도 이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말입니다. 이 말을 하려면 한 주간 온 마음과 정성과 힘을 다해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노력과 성과에 대해 감사드릴 대상에 대한 굳은 믿음을 지녀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뢰와 감사가 없이 맞이하는 이 날은 불안한 현실에 의문을 제기하는 'IF'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신뢰와 감사가 없는 마음은 자주 쓰는 말에서도 금방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하는 말입니다. 몇 해 전에 이 앞 글자를 따서 '고미안' 운동을 했었습니다. 상대방에게 먼저, 자주 이 말을 하자는 운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고미안'은 평소에 가장 듣기 어려운 순서대로 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매일매일 등교하는 학생들 덕분에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듣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는 듣기 어렵습니다. 함께 하는 삶보다 홀로 잘 하는 것을 치켜세우기만 해서 서로의 관계를 이어주는 이 말을 잃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의 교육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키워주지 못한 탓이기도 합니다.

잔 바람에 버드나무 가지보다 쉽게 흔들리는 교육정책과 천리안(千里眼)을 기르는 대신에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게 하는 교육과정 안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봅니다. 그렇지만 신뢰할 수 없는 사회가 청소년들의 감사하는 마음을 빼앗는 현실은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이번 주간에 가톨릭 교회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많은 교회는 부활을 앞두고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과 멀어진 인간을 십자가를 통해 다시 부활로, 영원한 생명으로 이어주셨습니다. 죽음으로써 다시 신뢰하고 감사하는 참된 인성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신뢰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 역시 죽음이 필요합니다. 나이나 지위, 권력을 막론하고, 어느 광고 문구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먼저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행동으로도 함께 청소년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죽음입니다. 죽음 없는 부활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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