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교정
4월의 교정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2.04.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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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이효순 <수필가>

유치원 울타리에 노란 개나리가 봄비를 맞고 피기 시작한다. 교정은 아기들의 밝은 웃음과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가득하다. 땅 속에서 돋아나는 작은 새싹들, 따스한 바람으로 상큼한 봄기운 감돈다.

지난 3월 한 달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처음 입학해 적응하느라 참으로 분주했다. 그러나 유치원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가 넘친다. 안쓰러운 것은 처음으로 부모와 떨어져 오는 아이들이다.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 눈물로 애원한다. 현관문을 들어올 때부터 울기 시작하면 몇 시간씩 우는 아이들도 있다. 신기한 것은 울면서 식사도 하고 친구들과 놀기도 한다. 잠시 틈이 생길 때 또다시 운다.

울면서 하는 말이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계속 엄마를 찾으며 운다. 그때 아기들의 눈을 보면 애절한 눈빛으로 가득하다. 그들을 부모로부터 떼어 내 품에 끌어안고 "연주야 엄마 보고 싶지, 연주가 친구들하고 잘 놀고 간식 먹고 나면 엄마가 연주 데리러 오실거야. 기다릴 수 있지" 라고 달래면 "응"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럴 때 맑은 눈물은 아기의 볼에서 안고 있는 내 팔 위로 떨어진다. 3월의 이런 모습도 한 달이 되면 거의 사라져 안정된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다.

이젠 급식소에서 서툴지만 식판을 받아 식탁에 앉아 식사도 잘하고 부족한 음식은 더 받아먹는 아기들도 있다. 밥만 먹는 아이, 고기만 먹는 아이 등 편식도 하지만 단체생활에 적응하며 1년이 지나면 어느새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자기 이름이 있는 곳에 신발도 정리할 줄 알고 선생님을 보면 인사도 할 줄 안다. 지난해 울던 아이들도 제법 원생활에 익숙해져 자기 집처럼 자연스럽게 지낸다.

이런 천진스러운 아이들에게 기본생활습관이 몸에 익숙해 지기도 전에 조급한 어머니는 글씨와 수에 대한 학습을 요구한다. 그 아이들은 앞으로 많은 시간의 학습량이 필요한데 참 안타가운 생각이 든다. 우선 건강하게 자라야 공부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남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마음으로 가득 채워진 부모들은 자녀의 상황은 아랑곳 없이 자신들의 요구를 먼저 채워간다.

조용히 참고 기다리며 아이들의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면 발달 순서에 따라 그 시기에 적합한 과업을 해나갈텐데. 현대인들은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아 조급함에 자신 스스로 얽매여 피곤하게 살고 있다.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살 수는 없을까?

지금 생각하면 미련해 보이고 어리숙했던 지난 시절에 아는 것은 별로 없었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했고 아이답게 살았던 것 같다. 그때 어른들은 "때가 되면 다 할 수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지금과 비교하면 시대가 많이 변하였다. 사람이 제때에 체득하고 배워야 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기다림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봄에 피는 어린 새순이 시간이 지나면 그 가지가 단단해지는 것처럼 우리 아기들도 세월이 가면 기다림 속에 알차게 영글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4월의 교정에서 자란 싹들은 먼 훗날 우리들 앞에 큰 나무로 우뚝 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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