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로 18번지 만들기
인생로 18번지 만들기
  • 남병국 <충주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장>
  • 승인 2012.02.27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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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남병국 <충주소방서 중앙119안전센터장>

우리가 살아가면서 '18번지?'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각종 회식모임 뒤풀이로 꼭 등장하는 노래방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거나 아님 흉내내기 쉬운 노래를 떠올리게 된다.

유치원을 다니던 어린 아이가 하루는 숙제라며 내미는 것이 있었는데 그 조사서는 나의 국민학교(초등학교)시절 학교에서 작성하던 생활환경 조사서 같은 것으로 기억된다.

부모님의 생일은? 직업은? 주거형태는? 가훈은? 가장 좋아하는 노래(18번지)는? 등등에 대하여 조사하는 것이었다. 엥? 웬 18번지? 그 질문에 당황했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하다.

지금도 '내 고향 충청도'를 가끔씩 부르곤 하지만 가사속의 1·4후퇴가 일어난 때는 태어나지 않았어도 왠지 청국장의 구수한 냄새를 생각나게 하고, 책보자기 어깨에 동여매고 빈 도시락 달그락거리며 뛰놀던 그런 시골마을이 그려지는 향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지금 이 환경에서 주민의 생명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메시지를 하나만 고른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한다.

소방가족으로서 일종의 '18번'을 묻는 것이다. 그 때마다 나는 망설임 없이 '희생과 봉사'를 선택한다.

'인간은 독립적이고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라고 공자는 말한다. 인간(人間)의 한자어의 의미는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 속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이면서 아들이고, 한 여자의 남편이고, 누구의 친구이고, 사회의 한 조직원이고, 국가의 국민이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나는 나'가 아니라 나는 관계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러한 나는 어떤 관계망 속에서 나의 주어진 기능이 만들어진다. 그 관계 속에서 나의 주어진 역할을 사적(私的)인 고려없이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인간적 삶이다.

그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다.

즉, 지역의 화재·범죄예방 등을 위해서는 의용소방대원, 방범대원 등이 자율적으로 초기에 적극 참여해야 하고, 그러한 사람이 칭송을 받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 것이다.

요즈음 우리 지역 곳곳에서 지역 의용소방대원 일부가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정부시책에 애향심에 편승, 다른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이제는 소방가족 모두가 '인생로 18번지 만들기'에 동참하여 주민의 재난안전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선진국 수준에 걸맞는 의용소방조직은 무보수로 내 지역은 내가 책임지는 것이고 누구나 참여해 봉사할 수 있는 조직인 것이다. 행정관청에만 의존하는 의용소방 조직은 이제 변화해야 한다. 후손들의 복지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의사도, 변호사도, 교수도, 시·도의원도 희망하는 모든 사람이 지역의용소방대 또는 각종 봉사단체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봉사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때인 것이다. 그것이 '인생로 18번지 만들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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