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책임지라고…
기자가 책임지라고…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2.22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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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당시 천안시를 출입했던 기자들이 책임져야 할 일 아닌가." 며칠 전 기자 너댓명이 천안예술의전당을 화제로 올렸을 때 한 기자가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천안시가 많은 시민이 이용할 대형 문화예술시설을 지으면서 그렇게 먼 곳에 짓도록 놔 뒀냐는 소리다. 천안시를 드나들던(出入) 기자들이 뭘 했기에 그걸 못 막았냐는 얘기다.

올해 개관하는 천안예술의전당은 목천IC에서 독립기념관 가는 길 옆에 있어 천안 도심에서 멀긴 멀다. "누가 거기까지 공연보러 가겠냐"는 입지 확정시 우려가 완공이 가까워지니 다시 터져 나온다. 지난 20일 천안시는 천안예술의전당을 5월 준공하고 무대 준비를 거쳐 9월 중 개관 공연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조만간 원거리 공연장 기피가 현실이 될지, 아니면 우려로 끝날지 판가름 난다.

"입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 천안에 있었나?" 잠시 따져봤다. 2006년 초부터 3년간 천안을 벗어나 근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천안에 있었다. 시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입지는 2004년 말 확정됐다고 한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천안삼거리공원, 유량동, 성성동(국제비즈니스파크) 등 다른 후보지도 거론됐으나 시의 적극적 지지를 받던 목천IC 옆 종합휴양관광지로 금세 결정이 났다.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기자들은 접근성이 안 좋아 성환문예회관 꼴이 날 거라는 '뒷북기사'만 쓸 수 있었다.

당시 선정 논리는 단순했다. 독립기념관, 휴양시설(휴러클리조트), 문화예술공간이 함께 있으면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겠냐는 거였다. 하지만 입지 선정 배경에는 종합휴양관광지사업 투자 기업들의 요구가 숨어 있었다. "휴양관광지 내 음식점, 상가 부지 분양이 성공하려면 '큰 것'하나 갖다 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다 지은 마당에 옛일을 들춰내 뭐 하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옛일을 잘 잊기 때문에 정치가가 수준 이하의 짓을 하고 행정주체들이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휘두른다. 언론도 이들의 오만함에 항상 속수무책이다

사실 기사가 행정 방침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 때는 많지 않다.

기사에 의해 바뀐 건 '하찮은 것'뿐이다. 시정이 어수선하니 시장이 이번 해외여행을 가지말아야 한다든지, 아우내봉화제는 실제 만세시위가 벌어진 3월 31일보다 전국적 이목이 쏠리는 3·1절 전날인 2월 29일(올해 윤달) 열려야 한다든지. 이처럼 모두 그리 생각하든가, 역(逆)으로 하면 비난이 쏟아질 사항은 언론 지적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대부분 큰 일을 하려면 어느정도 '잡음'은 있겠거니 하고, 당초대로 밀고 나간다. 그걸 알면서도 기자는 여러 잡음을 전한다. 다른 생각을 가진 시민들이 있음을 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들의 임무다.

또 다른 언론의 주요 역할은 'Watch Dog'이다. 행정 감시견(犬)이 돼야 한다. 눈 부릅뜨고 시정을 살피다가 짖어야 할 때 크게 짖어야 한다. 짖을 때를 주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기 때문이다.

천안예술의전당이 시민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큰 공연이 있는 날이면 옛 21번 국도가 고속화도로와 마주치는 곳부터 독립기념관 앞까지 차량들로 꽉 막힐까. 역시 콘텐츠가 열쇠다. 눈길을 사로잡는 공연·전시가 있으면 아무리 멀어도 보러 간다. 740억원짜리 '외상(BTL사업)건물'을 유치원생들 문화체험장으로 활용해선 안된다.

기자가 책임질 방법은 한가지다. 시민들 사랑을 받게 운영하도록 감시견 기능을 제대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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