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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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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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에 앞서 자성을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2시 영동군 영동읍 영동천 하상주차장.

매곡면민 수십여명이 추위에 언 손을 비비며 고폭탄처리시설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은 홍보전단을 배부하며 자신들의 외로운 투쟁을 군민들에게 알리고 동참을 호소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하천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풍악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곶감축제의 하나로 연예인 축하공연이 한창 진행중이었던 것. 생존권 호소와 소외된 민의의 항변이 축제에 압도당하는 기막힌 현실 앞에서 주민들은 낙담했다.

그들만의 초라한 궐기대회가 열린지 반년 만에 영동군민대책위 준비모임이 발족됐다.

11개 단체가 참여하는 준비모임은 다음달 위원회를 구성한 후 공청회 등을 열어 시설의 부당성을 알리고 김천·상주시 등 인근 지자체와의 공조투쟁도 모색할 계획이다.

늦게나마 지역현안에 대한 범군민적 대처가 시작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 축제의 향연 앞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주민들의 궐기대회는 한 번 되짚어 볼 일이다. 허가자인 현 군수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서야 사회단체들의 움직임이 시작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자성해야 할 대목이다.

방관자는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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