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랑의 매'
그리운 '사랑의 매'
  • 박상옥 <다정갤러리대표·시인>
  • 승인 2012.02.21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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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박상옥 <다정갤러리대표·시인>

이 녀석, 엉덩이에 뿔이 또 자랐구나 어서 엎드려!" 깡마르고 어린학생이 쭈뼛거리며 엎드리자, 선생님의 몽둥이가 어린학생의 엉덩이에 부딪친다. 신음을 참는 학생이 드디어 억 소리를 내며 옆으로 스러지자, "어서 똑바로!" 선생님의 호령으로 다시 엎드린 학생은, 세대를 더 맞고 다섯 대를 채운 후에야 쩔뚝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간다.

학교 소사아저씨를 아빠로 둔 그 아이는 1주일을 주기로 교실에서 선생님의 언성을 높이게 만드는 아이다.

배는 고파도 엄마 없는 가정이 드물던 시절, 엄마 없는 그 친군, 툭하면 결석에 지각, 숙제 안 해오는 건 기본, 오늘은 수업 빼먹고 놀다가 반장에게 붙들려 와서, 선생님께 매를 맞는다.

"반장, 너는 수업준비와 반 친구를 제대로 못 챙겼으니, 손들고 있어" 반장은 우리보다 2살이나 많아서 선생님 몸 크기와 비슷했는데, 언젠가, 선생님이 매를 치는데 뻣뻣한 자세라서 모두들 머쓱해 했고, 그날 이후로 선생님은 반장에겐 매를 들지 않았다.

그러나, 매 안 맞은 반장은 3년을 다니다 슬그머니 학교를 그만두고, 자주 매를 맞던 학생은 선생님이 대납해준 공납금으로 중학교를 갔고, 이후 공부를 계속하여 대학까지 마치고, 결국엔 성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장과 그 집 소식은 끝내 좋지 않았다.

회초리란 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드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고. 회초리 몇대로 아이가 훗날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의 가능성을 미리 예방 받을 수 있으니.

선생님은 학식이 많아서도 훌륭하겠지만, 회초리가 약이 되는 총명한 학생과 독이 되는 미숙한 학생을 구별하는 안목도 가져야 하리라.

교육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체벌금지를 시행하고 있는데, 지난 1월, 중고등학생 2만3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의하면, 50%가 신체처벌을 지지하고, 40%는 반대, 나머지 10%는 응답하지 않았다니. 학생들 스스로 '사랑의 매'를 기다린다 생각이 들어 참 다행이다.

그런 면에서 벌써 40여년 전, 우리선생님은 열악한 상황에서 자꾸 틀어지려는 학생에게, '사랑의 매'를 치셨던 것이고, 아둔한 눈빛에 비위나 맞추려는 반장에겐 매가 필요치 않음을 아셨던 것이다.

선생님은 늘, "공부해라 우리가 작은 땅 덩어리에 태어난 설운세월이 또 온다. 중국은 잠자는 곰이거나 호랑이다. 중국이 깨어나면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가 중국을 두려워하게 된다.

앞으로 40년~50년 후엔 반드시 그런 날이 온다. 그 때는 너희가 이 나라의 기둥이 되어 있을 터인데, 시골 환경이라고 끝끝내 무지렁이로 살겠느냐. 작은 나라지만, 우리에겐 우리만의 정신문화가 있음을 잊지 마라. 정신이 앞서면, 덩치의 크고 작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틈틈이 귀가 닳도록 일러주시던 선생님의 크신 가르침을 다 모르고 살아 부끄럽지만, 장동건처럼 잘 생겼던 그 파릇파릇한 선생님의 덕분에, 우리는 정말 무언가 될 듯이 총총한 눈빛으로, '미래와 꿈'과 '나라와 나'를 연결해 장래를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매를 안 맞은 학생이 없을 정도로 엄격하셨던 그 선생님, 꾸중을 듣고 매를 맞았지만 우리는 어미닭 꽁무니 병아리처럼 선생님을 따라다녔고, 행복했다. 선생님의 말씀은 곧 법이었고, 바쁘셨던 부모님 말씀보다 귀중했다. 부모님들은 학교 가는 우리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오너라"하셨다.

가끔은 고사리 같은 손에, 계란 꾸러미나, 들기름으로 구워낸 찹쌀떡이나 열무김치도 들려주었으니, 학교란 모든 가르침의 장소라서 인정을 나누고 인정을 맡기는 역할까지, 그렇게 엄격하면서 푸근했던 곳이다.

폭력과 자살, 경찰 배치 졸업식까지, 이래저래 논란이 되었던 체벌이 일부 사라진 시점에서 그리운 '사랑의 매'를 떠올리며, 다시 '사랑의 매'가 돌아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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