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 승인 2012.01.3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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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청소년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접하는 제한된 내용으로만 그 문화를 쉽게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문화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물론 성숙한 인격에서 아름다운 문화가 나오기에 청소년 문화는 좀 더 다듬고 가꾸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성세대가 배워야 할 문화도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축하 문화'입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 생일 축하합니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는 이 노래가 자주 들립니다. 노래도 아름답지만, 노래를 부르는 그 표정이 참 행복합니다. 왜 달리는지 모르는 무한경쟁사회에서 지치지 않는 법을 서로 축하하는 데서 찾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청소년들의 축하 문화는 또래 사이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1월에 학교 선생님 가운데 한 분이 결혼하는 경사가 있었습니다. 혼인하는 두 분이 모두 가톨릭 신자여서 성당에서 혼인미사를 했습니다. 마침 두 분 모두 선생님이어서 미사 때는 여느 결혼식과 달리 학생들이 많이 왔습니다.

가톨릭교회의 혼인미사에서 참된 주례이자 주인공은 혼인하는 부부입니다. 그래서 하객들은 조용한 증인과 들러리가 됩니다. 그런데 미사가 끝난 후 축하식 때에 학생들이 이른바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두 선생님에게 배운 졸업생, 재학생들이 잇따라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담은 축가를 부른 것입니다. 청소년들의 축가는 혼인잔치의 기쁨을 더하고, 참석한 하객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청소년들의 축하 문화에서 저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한 마음을 봅니다. 진심으로 축하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을 제대로 사는 모범을 '축하 문화'에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모든 사람이 바쁘게 삽니다. 그렇지만 오늘을 살기보다, 어제나 내일에 묶여 삽니다. 축하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기 위해, 우리의 삶이 청소년들의 축하 문화를 닮아야 하겠습니다. 참된 축하에는 지위, 명예, 재산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돈으로 마음을 대신하는 등의 세속적 꼼수는 있을 수 없습니다. 참된 우정과 형제애를 나누려는 열정과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질 뿐입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지금 부르는 "축하합니다!" 노래를 더 크게, 더 많은 사람에게 부를 수 있도록, 그래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나누는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주는 환경을 만들기를 희망합니다. 사회 모든 분야의 역량을 한데 모아서 청소년들을 보살피는 사회에 축하할 미래가 열리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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