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출발하는 이들에게
새해를 출발하는 이들에게
  •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2.01.16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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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성수 <청주새순교회 담임목사>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펄쩍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어릴 적 불렀던 동요의 한 구절이다. 새로운 기분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의 벅찬 희망을 노래한 것이리라.

우리는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이했다. 연말연시 때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대형사고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텔레비전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라도 하듯 너무 호들갑을 떨며 보도하고 사람들은 온통 거기에 마음을 빼앗긴다. 이제 조금은 TV 볼륨을 낮추고,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막고, 내면에서 들려오는 세미한 소리를 들어야 할 때이다.

우리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거미줄 같은 세상의 소리를 걷어내고 깊은 물을 길어 올리듯, 내면의 소리, 깊은 자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썼던 가면을 벗고,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홍수에 밀려 물 위에 떠있는 부유물처럼 언제까지 세파에 끌려다녀야 할 것인가?

우리 선조는 자녀가 새해를 맞이할 때, 의지를 가지고 맞게 하려고 섣달 그믐밤을 새우게 했다. 잠들면 눈썹이 쉰다고 겁을 주었다. 눈을 비비며 잠들지 않으려고 애쓰다 잠든 아이의 눈썹에 밀가루 반죽을 발라 새해를 경건하게 맞이하지 못한 벌을 주었다. 또한 새해를 시작하는 날을 '설'이라는 말은'설다'에 어원을 두고 있다. 조심스럽게 새해를 맞이하고 시작해야 함을 가르친 것이다.

성서에 "세월을 아끼라"는 구절이 있다. '아끼라'는 단어는 헬라어 원문에 '엑사고라조(exagorazo)'인데 '건져올린다'는 뜻이 있다. 물처럼, 바람처럼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창조적 활동으로 만들어 갈 때, 그것이 세월을 아끼고, 시간을 건져 올리는 일이 되는 것이다. 시간은 흐르는 물처럼 지나간다.

어떻게 시간을 건져 올릴 수 있을까? 먼저 나 자신을 새롭게 해야 한다. 내가 새로워지지 않는다면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가 없다. 눈금도 표시도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작년을 그대로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새해의 의미는 '새로운 기회'를 갖는 것이다. 스스로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면서 거적때기처럼 걸치고 있던 과거의 잘못된 삶의 습관이 있다면 벗어 던져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결심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계획하고, 희망을 만들고, 내 안에 잠재된 가능성을 현실로 채워가야 하는 것이다.

필자는 오십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가 되었다. '그나마 쓸 만하던 기억력도 의지할 것이 못 되는 것이구나!' 느낄 때가 많으면서도 그것조차 까먹을 때가 많다. 그래서 이제부터 기록하기로 작정을 했다. 사소한 일까지 시시콜콜 적어보려고 한다. 내친김에 거시적 인생설계로 목표를 정하고, 내 인생의 시간표를 설계해 보려고 한다. 흐르는 시간에 구경꾼, 방관자가 아니라 남은 나의 인생을 나의 방향대로 핸들링하려고 한다. 그래야 나의 인생에 주어진 시간을 건져 올리지 않겠는가?

흐르는 시간에 나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편집하고, 사용하고, 유용하게 써야 한다. 그래서 창조적 세상을 만들어 보자. 자신에게 또 속을 수도 있겠지만 뭔가 다른 한 해를 힘차게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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