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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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6.2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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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여자인 여성의원들
요즘 한나라당 충북도당 여성위원회 술자리 추태로 지역이 떠들썩하다. 지난 1월 20~21일 한나라당 여성위원회에서 지방선거 필승다짐과 2007년 대선 승리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워크숍을 가졌는데, 이후 술자리에서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한 여성위원의 주도로 폭탄주를 만들어 돌리고, 자신이 먼저 상하의 옷을 벗고, 속옷만을 입은 채 참석자들에게 옷을 벗을 것을 강요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상의를 모두 벗었으며, 옷을 벗지 않은 여성위원들에게는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옷을 벗기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시·군 지역 여성위원들 18명중 옷을 벗는 등 술자리 추태를 벌인 여성위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4명으로 이중 3명이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광역 혹은 기초의원 비례대표로 1번을 공천받아 광역의원과 청주권과 중부권 기초의원에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왜 비례대표 1번으로 여성을 공천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의정활동을 통해 지방자치 단체의 성인적 행정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감시하고 촉구해야 할 단위가 바로 지방의회이다. 따라서 지방의회 의원들의 성인지력은 지자체의 성인지적 행정을 견인할 아주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때문에 많은 여성단체들과 시민들이 각 정당의 후보 공천에서 여성후보를 일정비율 이상으로 공천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여성운동의 성과로 의회에 진출한 여성들이 여성을 배반하는 행태를 보인 것에 대해서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여성들이 과연 여성을 대표해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까. 여성정치지도자들 가운데 남성적인 행태를 보이는 여성을 치마 두른 남자, 명예 남성 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남성문화라고 볼 수 있는 폭탄주를 돌리고 여성들을 대상화하는 술자리행태를 벌이는 것을 보면 이번 사건의 당사자들이야 말로 명예남성이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남성들도 술자리에서 같은 남성들의 옷을 벗기는 술자리 문화를 가지진 않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남성적 사고를 가진 여성이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서나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남성흉내를 내었다는 것은 이를 증명해준다.

이번 사건에서 더 심각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한 한나라당 충북도당의 대응이다. 사실을 은폐하고 제보자를 색출하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하지 않으면 제보자로 누명을 쓴다." 며 참석자들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서명까지 강요했다니, 한나라당의 도덕적 불감증의 끝은 도대체 어디까지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진상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해당 당사자들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즉시 당직과 의원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일 것이다. 또한 단호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지역의 여성운동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 선거 때면 여성이면 무조건 지원해서 많은 수의 여성이 의회에 진출해야 한다는 것이 여성 운동하는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이제는 치마 두른 남성과 진정한 여성성을 바탕으로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정당에 대해서도 여성후보 공천에 있어서 성인지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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