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집중
시선 집중
  •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 승인 2012.01.02 2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낮은 자의 목소리
이제현 <매괴여중·고 교목 신부>

"젊다는 이유만으로 사랑받기에 충분합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공경하는 성인 가운데, 평생 청소년들과 어울려 더불어 살아간 요한 보스코 성인의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는 감곡에 있는 가톨릭 학교에서 청소년들이 무조건 사랑받을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일깨워주려는 작은 노력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종종 접하는 뉴스를 보면, 청소년들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문제'로써 청소년들을 대할 뿐, '형제적 사랑'으로 안아주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물론 저도 가까이서 만나는 청소년들이 자아를 확립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겪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사랑받고자 하는 몸짓이라는 것을 또한 경험하곤 합니다. 그래서 대중가요 가운데, '요즘 애들 버릇없어'라는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요즘 애들 버릇없어. 어른들은 얘기하겠지만, 똑같은 얘길 들으며 그들도 자랐는걸. (중략) 우린 모두 다 어른들을 사랑해요. 조금씩만 우리를 이해해주세요. (이하 생략)"

지난해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학교에서는 10대 뉴스를 선정해, 학생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년간 학교 공동체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리는 시간이었고, 또한 드러나지 않게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여 온 학우들을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을 새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참된 효도의 모범을 보았습니다. 아버지에게 기꺼이 자신의 간을 이식해준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부모님께 받은 것 중의 일부를 되돌려 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하며, 사랑으로 부모님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참된 우정의 모범을 보았습니다. 우리 학교에는 다리가 불편한 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 곁에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그와 동행한 친구가 있습니다. 식사할 때, 계단을 오르내릴 때,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일상의 순간에, 친구의 손을 붙잡아 주며 함께하는 그 학생은 참으로 형제적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었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삶의 여정은 맨발로 장미 덩굴을 걷는 것과 같다."라고 요한 보스코 성인은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장미에는 가시가 있어서, 때로 찔리고 상처받을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있는 아름다운 여정이기 때문에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장미를 바라보면서 가시를 먼저 보지 않고 꽃을 보듯이, 우리가 청소년들을 대할 때 그들 안에 담긴 사랑의 불꽃을 먼저 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가톨릭 생활 성가의 노랫말처럼 기도합니다. "가르치면서도 배우게 하소서. 사랑 없는 지식은 아무 힘 없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