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4>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1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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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현재 아파트 생활을 하거나 냉장고가 있는 도시생활에서는 보기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도 농촌이나 도시에서도 단독주택에서 노인들과 생활하고 있는 가정을 가면 그집안의 가장 양지바른 곳에 반짝반짝 윤이나는 옹기들이 올망졸망 놓여있는 장독대를 볼 수 있다.

무엇을 하는 곳일까. 궁금할 젊은이들도 있을텐데, 장독대는 말 그대로 음식을 만들때 꼭 필요한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소금, 김치등을 독이나 항아리에 담아 한곳에 보관하는 곳이다. 따라서 햇볕이 잘드는 곳에 두어야 자연 살균도 되고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어 관리가 잘되었다.

그래서 한집안의 음식맛은 장독대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장독대의 규모와 정돈상태, 항아리와 단지가 놓인 순서를 살펴보면 그집안 여인네의 성격과 인성을 알수 있다고 했다.

윗대 할머니에서부터 할머니, 어머니, 며느리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장독대는 대물림으로 한집안의 음식문화를 지켜왔고 전통으로 여인들이 가꾸고 아끼던 생활의 터전이다.

전세계를 통틀어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이같은 항아리문화는 전세계 식품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했다.

장독대의 장맛이 좋게 묻어나면 집안에 좋은일이 생기길 기대하거나 그집의 자랑이 되기도 하지만 장맛이 갑자기 변하면 집안에 변고(집안 사람이 돌아가시거나 다치거나, 하던일이 잘 안되거나 하는 좋지않은 일)가 생기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여겼을 정도다.

그래서 장독대는 한국여인과 한국가정의 갖가지 전통과 사연이 얽혀 있는 가장 신성하게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장독대가 집안에서 가장 신성한 곳의 상징이 되고 어머니들이 집안의 안녕과 자식의 성공, 무운장구를 비는 등 치성을 드릴 때 장독대에 새벽에 길어온 깨끗한 ‘정화수’ 한그릇을 올려놓고 손이 닳도록 간절한 기도를 올리기도 했던 장소다.

장독대는 조미료 종류인 간장,된장, 고추장과 같이 적어도 1년 열두달 장기적인 저장을 요구하거나 또는 몇년 더 저장된 간장독들과 겨울을 맞이할 빈 김장독, 그리고 떡시루 등도 고루 갖춰져 놓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여인들은 대체적으로 1년에 두차례 옹기를 구입한다.

아이들 장난이나 부주의로 깨진 것을 보충하고 장을 담그는 봄철과 김장철에 부족한 옹기를 구입한다.

옹기를 생산하는 곳은 옹기점 또는 옹기막이라고 부른다.

옹기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입동(立冬)후부터 동지(冬至)전에 옹기를 생산하며, 생산된 옹기는 도시의 옹기장터로 옮겨져 수요에따라 팔리고 더러는 지게에 여러종류의 옹기를 짊어지고 팔러다니던 장사치도 있었다.

주로 농촌을 대상으로 옹기짐을 진 옹기상인들은 쌀이나 보리, 콩 등 농산물과 바꾸는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다. 어머니의 손때 묻은 반질반질 윤기가 나는 양지쪽 장독대, 고향의 향수가 넘치던 그 장독대가 아파트생활로 인해 파괴되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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