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수자수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 윤병화(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 승인 2011.12.0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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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윤병화(세경대학 박물관큐레이터과 교수)

자수는 약 1만 년 전부터 돌이나 뼈로 만든 바늘을 이용하여 옷을 제작하던 풍습에서 시작된 행위로 여러 색깔의 실을 바늘에 꿰어 바탕천에 무늬를 수놓는 조형 활동이다. 그동안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자수는 옷의 단조로움을 덜기 위해 더욱 화려하고 장엄하게 제작되어 왔다.

초기국가시대 부여 사람들은 회(繪), 수(繡), 금(錦), 계()로 지은 옷을 입고 다닐 정도로 지배층의 권력을 상징하는 수단으로 자수를 이용하였고, 이후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전 계층이 두루 이용하는 민속문화로 자리하였다.

보통 자수의 색채는 오방색(五方色)과 오간색(五間色)을 사용하며, 문양으로는 학, 사슴, 거북, 원앙, 박쥐 등의 동물문과 모란, 연꽃, 국화, 석류, 천도, 불로초, 소나무, 대나무 등의 식물문, 희(囍), 수(壽), 복(福), 부귀(富貴), 다남(多男) 등의 길상문을 사용하였다. 이는 자신을 표출하려는 마음과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마음, 소망을 이루려는 마음을 대변한 것이다. 즉, 자수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수공예품의 정점을 이룬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우리의 소중한 자수 문화를 지키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제80호인 한상수 자수장은 지난 2005년 9월 자수전문박물관인 한상수자수박물관을 건립·운영하고 있다.

한상수자수박물관은 자수장 한상수 선생이 그동안 묵묵히 지켜온 전통 자수의 명맥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설립한 문화공간이다. 박물관은 서울 종로 북촌의 한옥마을 내에 위치하고 있으며, 전시실, 체험학습장, 휴식공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시실에는 조선시대 자수 작품과 자수장의 작품 및 현대작가들의 창작품 등 총 5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체험학습장에서는 자수 작품을 제작하는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북촌박물관 자유이용권’을 이용하여 한상수자수박물관뿐만 아니라 주변의 가회박물관, 서울닭문화관, 동림매듭박물관,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등을 저렴하게 같이 둘러볼 수 있으며, KBS2에서 방영된 ‘1박 2일 당일치기 여행’ 편에서 소개된 북촌 한옥마을도 함께 볼 수 있다.

한상수자수박물관은 박물관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보단 편안한 시골 외할머니댁을 방문한다고 생각하면 좋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할머니가 나오셔서 반겨주실 것 같고, 안방 아랫목에 누워 있으면 된장찌개라도 끓여 “얘야 밥 먹자”라고 하실 것 같다. 그리고 안방 아랫목에서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있으면 할머니는 옆에서 조각보를 만들고 계실 것 같다. 자수박물관은 바로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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