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가곡제의 밤
창작 가곡제의 밤
  • 강희진 <한국문인협회 음성군지부장>
  • 승인 2011.11.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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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11월은 1년 중 가장 쓸쓸한 달이다. 3월의 상큼함과 8월의 녹음을 지나 10월의 홍엽을 마지막으로 쓸쓸히 떨어져 가는 이파리를 보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 온다. 이럴 때 위로가 필요하다. 허전한 가슴을 메워 줄 수 있는 따듯함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고 미치도록 빠져들 수 있는 뭔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끓어오르는 11월이다.

작년 이맘 때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지인의 초대로 '창작 가곡제'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가을만 되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는 전시회, 출판기념회, 공연 등이 많아 별 기대하지 않고 갔다. 그런데 소극장에서 아담하게 열렸던 그 무대는 나를 사로잡아 버렸다. 시인들의 시에 작곡가가 옷을 입히고 성악가가 목소리를 더하니 그 시너지 효과는 대단했다. 웅장하면서도 화려하고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음악회였다. 음악회는 허전했던 내 마음을 치료해 주어 나오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질 정도였다. 그래서 청주가 아닌 우리 지역에서도 한번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난 8일 밤 우리는 평소 예술에 대해 느껴왔던 갈증을 해소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 지역 음성에서 창작 가곡제가 열린 것이다. 충북예총과 음성예총이 주최하고 충북작곡가협회, 음성음악협회, 음성문인협회가 주관한 창작 가곡제가 음성문화예술회관에서 열렸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우리 음성 시인들의 시로 노래했다는 것이다.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싫다고 했다. 음악회는 너무 권위적이라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하고 아는 사람만 가야 된다고 하며 자기는 중간에 먹지도 못하니 싫고, 지루해서 졸렸던 기억이 있었고, 귀가 세련되지 못해서 끝나면 크게 감동받지도 못했는데,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해서 싫다고 했다. 내 권유에 마지못해 따라 왔던 친구는 공연이 끝나고 난 후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했다. 시인의 자작시 낭송과 성악가들의 노래가 어우러지니 지루하지 않았고 색달라 좋았다며 앞으로는 기회가 되면 음악회를 찾고 싶다고도 했다.

지난달 중국으로 여행을 갔었다. 중국의 웅장하고 화려한 마장쇼를 보고 나오면서 우리 일행 중 한 언니가 가이드한테 "정말 멋있었다. 눈을 어디다 둘 곳이 없었다"라고 말을 하자 K시에서 왔다며 패키지로 함께 여행한 여성분이 "시골에서 왔다고 하더니 뮤지컬을 한번도 못 봤나 보네요" 했다. 시골에 산다지만 나름 문화적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해 곳곳을 찾아다니며 사는 언니였다. 모르기는 해도 그 여성보다 훨씬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산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문화와는 담을 쌓고 사는 듯한 발언을 한 그 여성을 탓할 마음은 없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1월 8일 밤 창작 가곡제는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짧은 시간 우리 시를 작곡한 작곡가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예쁘게 표현해 준 성악가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보낸다.

사계절 어느 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어 늘 예찬하면서 살고 있다. 이런 자연의 아름다움에 종합 예술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삶의 질은 더 향상될 것이고, 그럼 더 행복하지 않겠는가 우리에게 이런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고 감성을 달래줄 수 있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충북예총이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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