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는 움직이는 거다
공예는 움직이는 거다
  • 이진순 <수필가>
  • 승인 2011.10.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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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하늘은 맑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낙화하고 있는 직지박물관 앞을 달린다. 흥덕대교를 건너 지금 난 공예비엔날레를 보러가고 있다.

1947년대부터 한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하여 청주연초제조창에 근무했던 근로자들의 숨결이 느껴졌다. 연초제조창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공예전시장으로 재활용하는 공예관은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았으며 아이디어와 알뜰함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보릿고개를 겪으며 담배농사를 지어 수매를 거쳐 가공 작업을 하여 완제품을 만들었던 곳, 세월의 흐름과 시대상을 보여주며 삶의 애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많은 사연을 만들어 낸 담배는 지금의 커피처럼 사람들은 즐겼다. 담배 연기 속의 낭만을 떠올리며 담뱃갑 디자인과 브랜드를 보며 수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은 내 친구였다고 수런거리고 있었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격이 높아졌던 담배가 혐오식품이 되기까지의 세월은 짧지 않았다.

세계의 공예작가들의 작품은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과 알뜰함의 지혜를 가르쳐 주고 있었다. 갈대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돗자리 여인과 고향과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음양을 주어 벽에 그려진 그림자에서 아이템을 얻었다는 작가의 마음이 아름다웠다.

버려지는 머리카락에 염색을 하여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카페트를 만든 작가, 작은 은접시를 900원에 구입하여 부분 부분을 조각하여 목걸이와 브로치와 공예작품을 아주 섬세하게 만든 3작품은 아이디어 그 자체였다. 일본 작가를 심사위원들도 감탄하여 천만 원이 넘는 상금을 타게 되었다는 해설사 설명에 숙연함을 느꼈다.

버리는 안경알을 이용하여 달 항아리를 만든 작가의 훌륭한 아이템을 보며 안경알 하나하나가 도수가 다르듯이 세계인들이 상생과 공존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여 만든 항아리의 아름다운 모습 또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프랑스 작가의 초록빛 경제라는 작품을 보며 사람들의 이중성을 표현했다는데 돈에 초록빛 풀이 돋아나는 작은 작품은 일본의 쓰나미를 보며 기상이변을 어떻게 대처할까를 고민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애플 잡스가 앉아 있었다는 의자와 수많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의자를 보며 공예는 움직이는 것이 틀림없었다.

가장 욕심나는 작품은 이연주의 쉐리 댄스였다. 이 순간을 즐기자란 제목의 작품은 베이지빛 도자기로 만들어진 양귀비꽃의 경쾌하면서도 우아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갖고 싶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흙과 종이와 나무와 철과 누에고치 등 수많은 소재를 가지고 작가들의 창의력과 아이디어가 총동원되어 만들어진 작품들은 신선하면서도 멋스럽고 실용적인 작품이기도 했다.

하루 가지고는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일행이 있어서 대충대충 보며 돌아 나왔는데 끝나기 전에 날 잡아서 혼자 다시 갈 것을 다짐하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발길을 돌렸다.

공예는 움직이는 것이고 세상에는 버릴 것이 없으며 끝없이 도전하는 자의 것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암산 순환도로를 거쳐 삼일공원에 들러 나도 솔방울을 주워 가지고 돌아왔다. 나만의 공예품을 만들어 보려고 조금 전에 보고 온 작품들을 떠올리며 멋진 그림을 그려 볼 참이다. 아이디어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으니까 실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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