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 없는 사랑
조건 없는 사랑
  • 덕일 <풍주선원 주지>
  • 승인 2011.10.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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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우리나라가 사랑스러워 보이는 계절입니다. 왜냐고요? 산은 옷을 갈아입고 있어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오곡은 풍성함을 우리들에게 안겨주는 가을이니까요.

모든 중생을 평등하게 사랑하는 것이 불교의 자비입니다. 일반적 의미에서 사랑은 부모의 사랑, 남녀 간의 사랑 등 무수한 갈래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의 자비는 세속적인 의미의 사랑과 구분되는 높은 차원의 사랑입니다. 완전한 사랑을 말할 때 조건 없는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을 진정한 사랑이라고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불교의 자비와 사랑은 구분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오늘날 사랑의 의미는 어떤 특정한 대상을 향한 사랑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사랑한다고 할 때는 누구라고 하는 대상을 향해 어떠한 조건을 가지고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즉 여러 가지 중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 그것에 강하게 집착하는 마음이 사람들의 사랑의 개념에 포함된 것입니다. 자기가 사랑해 주는 만큼 사랑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렇게 쌍방이 서로 사랑을 해야만이 온전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사랑할 때는 자기는 상대에게 사랑은 받지 못하기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랑은 마음속의 상대에게 구하는 것이 있고 차별하고 집착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비란 상대를 구별하고 차별하는 마음이 아니며 절대 평등한 마음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불자의 마음은 차별하고 분별하지 않으며 진정한 사랑으로써 자비의 마음을 항상 간직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어렵고 고통스러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자비를 실천하는 길이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고자 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게 됩니다. 그러나 불교는 이런 결실이나 대가를 내가 아닌 다른 대상에게 돌리라고 권합니다. 이것이 곧 자비이고 회향입니다. 현대의 무관심, 위선, 편협함으로 인한 비극이나 파멸을 자초하는 길은 종래의 이기심과 과도한 경쟁의 원리를 불교적인 지혜와 자비의 실천에 의해서 올바른 길로 전환시켜야 할 것입니다.

요즘 눈부시게 발전하는 사회라서 갖가지 새로운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초등학교 학생이 교과서에서 나오는 문제를 질문하는데 몰라서 당황하는 부모가 많다고 합니다. 모른다고 하면 엄마는 잘 몰라도 아는 체한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잘못입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해야 합니다. 같이 연구해 보는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무식한 것을 면하기 위해 모르는 것을 아는 체했다가는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거짓 공약만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 공약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부드러운 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부드럽고 상냥한 말을 사용해 먼저 가족과 이웃을 대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런 노력을 하게 되면 결국 사회는 정화될 것입니다.

중국 속담에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말만 잘하면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런데 공직인의 말과 행동이 흔들리면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누가 어루만지고 감싸 줄 것인지 지금 국민은 많이 힘들고 아픈 곳도 많고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공직자 여러분의 따뜻한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라고 봅니다. 나라가 잘되고 백성도 잘되고 공직자 여러분 모두가 잘되도록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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