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궁보무사 <9>
[궁보무사]궁보무사 <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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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궁보의 힘
그러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육척(180cm)이 조금 넘어보이는 키를 가진 아주 건장한 젊은 사내는 성주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혀 예를 먼저 올렸다. 그는 이곳 한벌성 내에서 가장 힘이 세고 출중한 무예 솜씨를 자랑하는 무사 호밀이었다.

“성주님! 당장 이 자리에서 저 자와 제가 무예를 겨룰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무사 호밀이 공손하게 그러나 아주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한벌성주는 대번에 성을 내며 그에게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너는 몇 년간 무예를 이미 익혔고 게다가 실전(實戰) 경험을 쌓았던 무사가 아니더냐? 지금 저 아이는 아직 무예의 ‘무’자도 제대로 모르는 무지랭이일진대 어찌 너와 대적할 수 있겠느냐?”

“하지만 괜찮은 싹수는 일찍부터 알 수가 있는 법이옵니다. 제아무리 황소가 몸집이 크고 힘이 좋다고 한들 악착같이 달려와서 깨물어대는 호랑이 새끼나 표범 새끼만 하겠습니까? 제가 보건대 저 궁보라는 아이는 단지 힘만 무지꿍하게 셀 뿐이지 몸이 비대하고 둔하고 또한 겁이 많아 한벌성의 무사가 되기에는 전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되옵니다.”

무사 호밀은 성주에게 이렇게 말하며 더욱더 공손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면 네 생각엔 저 아이를 어찌하였으면 좋겠느냐?”

성주가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에서 무사 호밀을 내려다보며 이렇게 다시 물었다.

“무사는 무엇보다도 강인한 체력과 아울러 무서운 정신력을 갖추고 있어야만 하는 바, 제가 성주님 앞에서 저 커다란 아이를 간단히 시험해 봄으로써 과연 저 아이가 장차 한벌성의 무사가 될 수 있는 지 여부를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만약에 저 아이가 제 주먹과 발길을 각각 세 차례 이상씩 얻어 맞고 나서도 능히 견딘다면 제법 싹수가 있는 것이오니 즉시 거두어 본격적인 무사 수업을 시키는 것이 올바른 순리요 순서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래? 그렇다면 만약 저 아이가 너의 주먹과 발 공격을 세 차례 받고나서 그냥 무너져 버린다면 넌 저 아이를 어찌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느냐?”

성주가 다시 근엄한 표정으로 호밀에게 물었다.

“그때는 저 아이의 힘을 딴 데다 쓰도록 해주십시오. 이를테면 식량창고에서 곡식을 나르는 짐꾼을 시킨다거나 아니면 방아를 돌리는 데 써먹는다던가…….”

“으음음…….”

성주는 호밀의 이런 말이 자기 두 귀에 몹시 거슬리는 듯 이맛살을 크게 찌푸리며 고개를 연신 내저었다. 저 키가 크고 힘이 좋은 궁보를 단지 곡식을 나르는 짐꾼이나 방아를 돌리는 일을 시킨다는 것은 그로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할 바에야 차라리 저 커다란 궁보가 아닌 빠릿빠릿한 보통 사람 몇 명을 더 뽑아서 쓰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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