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를 이기는 힘
허무를 이기는 힘
  • 이근형 <포도원교회 담임목사>
  • 승인 2011.10.1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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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스티브잡스는 우리나라 돈으로 8조2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런 그가 처자식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I am sorry"였다고 한다. 그토록 세계 문명발전에 이바지한 자랑스러운 남편이요 아버지였을 그가 왜 그런 말밖에는 더 할 말이 없었을까?

잡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사나흘 뒤 우리나라의 한 무명 여배우가 자살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정말 노코멘트하고 싶지만 이제 그만 아프고 그만 울고 싶어. 세상에선 돈보다 중요한 건 많아"라는 암시글을 남긴 한채원이라는 젊고 아리따운 그녀는 수년 전 미인대회에서의 수상을 계기로 연예계에 나섰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한 우울감이 컸었다고 주변인들이 말한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달갑지 않은 죽음의 소식을 또 들었다.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9월 말까지 5개월 사이에 미술원 2학년생 2명과 영상원 3학년생 및 4학년생 각 1명 등 학생 4명이 잇따라 자살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주로 취업시험 낙방, 학교생활 부적응, 부모와의 갈등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고 보고 있다.

이들 죽음의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지 그들이 남기는 모습은 인간의 허무, 그것이다. 잡스처럼 엄청난 돈과 명예를 남기고도, 젊음과 외모를 가지고 연예인이 되었어도, 예술가 지망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그들도, 그들을 파고든 허무를 이길 수 없었나 보다. 도대체 이 달갑지 않은 허무라는 불청객은 언제부터 우리네 인생사에 끼어들었을까?

우리보다 3000여년 전에 화려함의 극치 속에 살았던 이스라엘의 솔로몬이 이미 깊이 경험한 것을 들려주고 있다. 그가 거둔 세입금이 금 2만톤이었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또, "왕이 마시는 그릇은 다 금이요, 은을 돌같이 흔하게" 하였고, "그가 또 잠언 3천 가지를 말하였고, 그의 노래는 1천 5편이며, 그가 또 초목에 대하여 말하되 레바논의 백향목으로부터 담에 나는 우슬초까지 하고 그가 또 짐승과 새와 기어다니는 것과 물고기에 대하여 말하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지상 최대의 대학자가 아닌가?

그러나 수많은 처첩을 거느리며 향락까지 일삼았던 그가 말년에 남긴 전도서의 글에는 온통 인생의 허무로 일관한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이쯤이면 알 것 같다. 인간에게 있는 허무의 출발지점은 잘못된 가치관에서 왔다는 것을. 그것은 예수님 당시의 상황에서 드러난 어느 마을의 '안티 예수운동'에서도 여실히 보여주었다.

어느 날 예수님이 그 마을의 한 귀신들린 사람을 고쳐주셨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을사람들은 그 고마운 예수님을 그들의 마을에서 떠나시기를 주장하였다. 자신들의 마을에 사는 골칫덩어리였을 빙의환자가 온정신으로 돌아왔으니 그 당사자는 물론 마을사람에게도 얼마나 큰 경사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치를 열어 축하는 못해줄 망정 왜 '안티운동'이 전개되어야 하는가?

문제는 예수님의 귀신축출의 과정에 있었다. 그 광인의 몸을 빠져나온 귀신은 비탈길에 방목되던 돼지 떼에게로 들어가서 비탈길 아래로 떨어져 몰사하게 했던 것. 동네 사람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의 영혼도, 같은 마을 사람의 건강도 아닌 오로지 돼지였다. "돼지냐 예수냐"의 사이에서 예수가 거부되는 풍조는 결국 인간의 허무를 부르고 만다.

신약성경이 쓰여진 헬라어로 '인간'을 '안드로포스'라고 하는데 그 뜻은 '위를 보는 동물'이라는 뜻이다. 모든 짐승이 땅을 보며 거기에 있는 것에 집중하지만 인간은 먹을 것이 아닌 '위에 계신 존재'를 향하도록 창조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그 '위' 즉 하늘을 향할 때만이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허무감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어느 영화의 제목에 "그래 가끔은 하늘을 보자"라는 게 있었지 시선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죽음까지도 허무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시선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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