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생각(정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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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덕일 <풍주선원 주지>
  • 승인 2011.09.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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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오쇼 라즈니쉬의 '뱀에게 신발신기기' 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두 승려가 자기 절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서산을 넘어설 무렵 두 승려는 어느 냇물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한 처녀가 냇가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고, 이것을 보자 나이 많은 승려는 눈을 감아 버렸습니다. 계율을 잘 지키기로 이름난 그는 자신이 색정에 휘말리지 않을까 두려워한 것이죠. 이러한 난관을 모면하기 위해 선배 수도승은 눈을 감고 먼저 개울을 건너기 시작했고, 계율을 잘 모르는 신출내기 젊은 수도승은 그 처녀에게 물었습니다.

"왜 여기 서 있지요? 금방 어두워질 텐데. 더욱이 이곳은 인적이 드문 곳이란 말이오."

처녀가 대답했습니다.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무서워서 그러니 좀 도와주세요."

마침 장마 끝이라 물이 많이 불어 있었습니다. 그 젊은 승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이 깊으니 제 등에 업히시오."

먼저 개울을 건넌 나이 많은 승려는 뒤를 돌아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행승이 여자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당황했습니다. 그의 마음은 재빨리 돌아갔습니다.

'이것은 죄다.' 사실 그는 죄의식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선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는 젊은 수도승을 말렸어야만 했습니다.

개울을 다 건넌 젊은 수도승은 그 처녀를 내려놓고는 선배 수도승과 함께 절을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절까지는 아직 3~4리가 남아 있었지만 선배 수도승은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었습니다. 그들은 계속 말없이 걷다가 마침내 절 입구에 이르렀습니다. 그때야 선배 수도승이 입을 열었습니다.

"자네 오늘 큰 잘못을 저질렀네. 그것은 금지된 짓이야."

젊은 중은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는지요? 저는 계속 침묵을 지켰습니다. 저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걸요."

선배 중이 말했습니다.

"개울에서 여기까지 함께 걸어오는 동안을 말하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개울에서 업어준 그 처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일세." 그러자 젊은 중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처녀를 내려놓았는데 스님은 아직도 그 처녀를 업고 계시는군요."

원칙도 모르는 사람이 있고 원칙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고 원칙을 지키되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서 자유자재하게 융통성을 발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절에 가도 불교가 무엇인지 모르겠더니, 먹다 남은 절밥을 버렸는데 스님이 그것을 보고는 깜짝 놀라 깨끗이 씻어서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고는 "아 저것이구나" 하고 신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믿음과 신심과 발심은 인위적으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고 어느 날 문득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면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을 때 생기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사람은 경전을 읽어도 그 뜻을 모르겠더니, 어느 날 다시 보니 그 말이 마음에 절실하게 와 닿게 되기도 합니다. 경전을 천 번 만 번 읽는 것보다도 그 한 번의 절실한 느낌이 더 소중한 것은 아닐는지요 현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을 것입니다.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인간도 변화한다는 것인데 지구가 하나이듯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것이 상생의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사찰에 들어설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문이 일주문입니다. 여기서 일주문이라는 말은 기둥이 한 줄로 서 있다고 해서 비롯된 것이죠. 그렇다면 왜 일주(一柱)로 하게 되었을까요? 여기서 일주는 일심(一心)을 상징합니다.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인 것입니다, 진리의 세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여러분 자신이 지혜를 터득하여 정치도 문화도 장사도 현 시점을 보고 최선을 다하는 그 마음만이 발전과 변화의 희망 속에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오직 한 가지라 확신하면서 가을의 문턱에서 풍요롭고 즐거운 한가위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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