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영향력 앞세워 시장독식
매체영향력 앞세워 시장독식
  • 유현덕 기자
  • 승인 2011.08.22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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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광고직거래 고집 왜
신문사 끼고 영업 … 기업, 눈치보기 불보듯

국민 부담 증가·지역신문-방송 큰 피해 우려

8월 임시국회에서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된 '미디어렙 법안', 즉 방송광고를 방송사를 대신해 판매하는 대행사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 법안의 제정과 관련해 연말에 출범할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이 미디어렙에 들어가기를 거부하면서 입법의 최대 난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지상파방송과 유사한 종편채널이 왜 기업들과 광고를 직접 거래하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종편채널이 광고 직거래를 통해 얻게 될 실익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 종합채널 광고를 직거래하면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업과 광고를 거래하면 광고수익이 정말 늘어날까? 광고업계에서는 방송사가 직접영업을 할 경우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약 30%의 광고 증가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보도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디어렙을 경유하지 않는 YTN채널의 시청률 1%당 광고비가 방송매체(지상파방송+케이블PP)의 그것에 비해 약 30%가 더 높기 때문이다.

◇ 종편채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종편채널이 광고 직거래를 하면서 시청률에 기초한 정당한 평가를 받지 않는다면 얼마나 벌어들일까? 국내 유수의 광고대행사인 A사는, 종편채널이 YTN 정도의 매체가치를 보유하고 초기 연도에 0.3%의 시청률을 거둔다고 가정할 때, 1개사당 385억원, 4개사가 총 1534억원을 벌 것으로 예상했다. 극적으로 0.5%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다면, 1개사당 641억원, 4개사가 총 2557억원을 벌 것이라고 한다.

그럼 종편채널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업계 전문가들은 제작비, 인건비 등을 합쳐 1개사당 약 2,000억원~2,5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반면, 종편채널이 실제 가능한 수입은 광고수익, 캠페인협찬, 사업매출 등을 합쳐 상당히 높은 시청률인 0.5%를 올릴 수 있을 때 1000억~2000억원 전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립 18년이 된 YTN채널이 2010년 약 0.5% 시청률에 1천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입을 올렸다).

◇ 종편 직거래 광고영업 영향은

우선 보도나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교육, 의료분야를 다룬 간접광고를 예상할 수 있다. 불필요한 과소비를 조장하는 의약품, 대형병원, 학원, 대학광고가 증가할 것이고, 그 비용은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다음으로 사실상 동일한 시청범위와 영향력을 가진 지상파방송이 종편채널과의 동등한 규제를 계속 요구하면 지상파방송에게도 최소한 자사렙 형태로라도 직접영업이 허용될 것이다. 이미 2005년 이후 2조원대에서 거의 정체된 방송광고시장은 지상파방송과 종편채널의 극심한 경쟁 양상이 벌어질 것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 중소·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이다. 2011년 8월 9일자 <미디어오늘> 인터뷰에 따르면, 양윤직 오리콤 미디어컨설팅팀 부장은 "시청 점유율이 1%라면 광고 단가는 지상파의 20% 정도가 적당하다고 본다. 그런데 아마도 지상파와 케이블의 중간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신문사를 끼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 종편 광고 직거래 저지 총파업

112개 신문·방송지본부가 결합된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23일부터 공정방송 복원 및 종편의 광고 직거래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나선다.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은 "한나라당이 8월 국회에서도 미디어렙법을 일부러 입법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12월 개국 예정인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편에 광고 직접영업의 길을 터주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종편이 직접영업을 하게 되면 지상파 방송사들도 종편을 따라 독자 영업을 하게 될 것이고, 이럴 경우 미디어 생태계 전체가 그야말로 정글과 같은 약육강식의 혼란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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