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합창단
청춘 합창단
  • 정규영 <청주시 수동>
  • 승인 2011.08.01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生의 한가운데
정규영 <청주시 수동>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를 TV앞에 바짝 다가앉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최소연령 50대부터의 어르신들이 오디션을 거쳐 ‘청춘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대회참가를 목표에 둔 프로그램이다. 평범한 일반인의 삶을 살면서 저 ‘끼’를 어찌 감추고 사셨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하는 참가자도 있고 아무튼 다양한 노래처럼 저마다의 다양한 사연에 보는 이를 웃고 울리게 한다. 특히, 나의 어머니는 본인의 대리만족을 느끼시듯 더 빠져들어 보신다.

“저이는 어째 저렇게 힘이 좋냐. 목청도 좋고.”

“잘한다”

어머닌, 어머니 자신의 심사 기준으로 열심히 심사를 하시고 그분들의 삶에 녹아들어 웃고 우신다. 그러다 보니, 주말 저녁때는 프로그램에 따라 편이 갈려 TV를 본다. 우리 모녀의 웃음과 눈물에 사위를 비롯한 세 남자는 의아해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자니까. 사회적 약자에 속한 여자로서 느끼는 그 감정을 모를 테니 말이다.

약간의 서툼 속에 감동이 있는 거 같다.

프로들의 기교도 물론 훌륭하지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그분들의 약간의 떨림은 열정으로 보이고 그 열정은 나에게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무엇이 그분들을 오디션 장으로 오게 했을까?

지금에 와서 노래 한 곡 부른다고 달라질 게 없는 인생인데 말이다. 내 보기에는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가수등용문인 오디션하고는 다른 것 같다.

젊은이들은 오디션을 인생대박의 꿈으로 연예인을 꿈꾸는 기회로 여겨 당락에 울며불며 목숨을 건다. 그래서 내 눈에는 살기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그분들의 오디션은 그렇지 않다.

냉혹한 살기는 온데간데없고, 따뜻하다. 심사위원들도 박수로 화답하고 고개 숙인다. 몇 십 년 동안 혼자만 나지막이 불러보았을 노래를 이제 남 앞에서 조금 크게 드러나게 불러도 되지 않나 하는 작은 소망과 가족들의 따뜻한 격려로 참가한 분들이다.

다만, 시간의 아쉬움만 그분들에게 느껴진다. 그분들은 아직도 푸르디푸르다.

아직도 피 끓는 청춘이다. 조금은 가뿐 숨과 수줍은 웃음이 거짓 없는 그분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남한테 부끄럼 없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왔노라고 반증하는 것이다.

나도 저분들처럼 저 자리에 선다면 저럴 수 있을까. 아직은 미지수지만 후에라도 그분들처럼 당당히 서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는 동시대를 살아온 동지애로 그분들을 보신다. 당신네들 참 대단하다고. 응원의 박수를 보내신다. 그 뜨거운 박수의 의미를 나는 안다. 그게 어디 노래뿐이랴. 많을 것이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꼭꼭 가슴속 응어리로 숨겨 놓았던 그 열정….

이제 겨우 가슴을 억누르던 돌 하나 내려놓아 숨통을 트이신 것뿐이다. 아직 깊은 숨을 쉬시기에는 좁으니 더 용기 내 넓은 데로 나아가시라고 응원을 한다.

지금도 한 손으로 연방 눈가를 훔치시며 형님 아우님을 응원하고 계시는 어머니께 옥수수를 쪄드려야겠다. 끈끈한 동지애에 반주삼아 옥수수 하모니카라도 멋지게 한 곡조 부시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