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시선에서
남의 시선에서
  • 이영창 <수필가>
  • 승인 2011.06.2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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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영창 <수필가>

나는 이곳저곳 몇 군데 모임이 있지만 그중에는 처음 문단에 등단하고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학계의 한 저명인사의 소개가 있어, 그 첫모임에 참석하게 되는 날이었다.

언제나지만, 이날은 아내가 내 옷차림에 대하여 매우 신경을 써 주었다. 언제나 보통 차림이 본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깔끔한 치장에 대하여 부담을 느끼는 체질이다. 입던 대로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마음이 자연스럽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날은 내로라하는 선배들도 있는 자리이고 거의가 처음 대하는 사람들이라 타이를 매고 정중한 모습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참석하는 자라라선지 분위기도 엄숙하기만 했다. 먼저 회장의 소개로 신입회원 신고를 하게 되었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모임이 끝나고 만찬이 있었다, 이때 대충 마무리로 술을 곁들이기 마련이다. 서로 술잔을 부딪치며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한 회원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이형 너무 엄숙한 거 아니우. 한잔하시구 몸도 얼굴도 좀 펴요." 사뭇 얌전하고 진지한 나의 표정을 짚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점잖아 보이려는 촌스러운 스타일에 신경이 갔다. 다음부터는 표정을 좀 바꿔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모임엔 이미지를 확 바꿨다. 모임이 끝나고 노래방도 갔었는데 웃는 표정까지도 관리해야 함을 잃지 않았다. 같이 술을 서슴없이 대하기도 하였고 곧 바로 회원들과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이것저것 모두 마치고 나오는 말이 있었다. '오늘 참 재밌었다. 그런데 여자회원들이 너무 경박하다고 생각지 않았을까.' 아! 그러면 내게 주어지는 딜레마를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어린 시절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 꿈을 키우기 위해 새벽마다 뒷동산에 올라 발성연습을 열심히 하기도 했다. 그러다 산에서 내려오며 '기러기'를 부른다든가 '내 마음은 호수'를 부르며 마을 골목을 지나곤 했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말하기를 "걔가 청은 좋은데, 노래가 무거워."하는 것이었다. 아~ 내 노래가 그러한가. 그 뒤로 여러 사람의 귀를 즐겁게 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얼마가 지난 뒤 가수가 되겠다던 꿈도, 어떤 이유로 접게 되고 말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내게 노래 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언젠가 친한 친구, 서먹한 친구가 동심으로 한데 모여 노래방을 가게 되었다. 한참을 뛰고 놀며 하는 사이. 내 노래 차례가 되어 나는 조용한 대중가요를 불렀다. 그러자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다음도 춤과 노래는 이어졌는데 그 자리에는 노래방 도우미들도 참석하고 있었다. 어떤 연유에선지 도우미 하나가 내게 따라 붙기 시작했다. 나는 술도 거나하겠다 빙글빙글 돌며 도우미 발등을 밟아 가며 밤은 깊어갔고 늦은 밤이라 결국 놀이는 파하게 되었다. 어떤 모임이건 끝나게 되면 결과를 평하기 마련이다. 그 뒷이야기에는 나를 겨냥한 이야기가 있었다. "걔 노래는 값싼 유행되는 대중가요야."

다음날 그 이야기는 내게도 들려왔다. 땅바닥에 떨어진 나의 목소리가 아닌가. 나는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하나. 남의 눈과 입에 나를 맞춰 가야 하나. 가벼운 노랜가 무거운 노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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