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
결혼은 미친 짓?
  • 신서옥 <시인>
  • 승인 2011.05.2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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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서옥 <시인>

한 달 전에 가까운 인척에게서 맏딸을 결혼시킨다는 전화가 왔었다. 반가운 마음에 사위될 사람의 근황을 물으니 어쩔 수 없어 성혼을 시킨다며 함구를 했다.

결혼식장에 참석하고서야 사위 자리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던 친정부모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선 비주얼 면에서 엄마를 닮아 미인인 신부와는 달리 신랑은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었고 또한 학벌, 집안, 경제적인 부분까지 모두 신부 측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단지 겪어 보지 않았으니 사위의 인품이나 그릇의 크기를 뭐라 단정할 수는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랑에 빠져, 어쩌다 임신을 하고 두려움에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나타나 결혼 승낙을 간청한 딸의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첫딸에 대한 일반적인 부모의 기대는커녕 아이까지 데리고 나타난 딸의 모습에 하늘이 무너지는 배신감과 아픔을 느꼈을 친정부모의 고통이 식장 안을 무겁게 누르고, 눈물을 보이는 친정아버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참석한 하객들이 진심을 담아 축하하고 위로했지만 참담한 마음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왜? 나조차도 장성한 딸이 둘이나 있어 '남의 일'처럼, 아님 '별거 아니야'라고 담담하게 마음을 비울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인간에게 결혼은 무엇일까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마음껏 사랑을 해 보고 사랑을 더 견고하게 하고 그 사랑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합법적으로 만든 것이 원래 결혼이라는 제도이다.

그러나, 사랑 자체에 의미가 있고 순수성이 있어야 하고, 각자의 뜻에 따라 향유해야 하는 남녀의 아름답고 순수한 관계의 합법적인 결과물이 교묘하게 계산이라는 산술로 포장된 인간의 결혼제도 -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의 재산분할 소송은 결혼에 숨겨진 산술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인간의 결혼은 철저하게 혼자만이 아닌 공유를 만드는데 그 공유라는 것이 사랑이 깨진 다음을 위한 수순의 공유라는 것이고 처음의 공유는 좋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랑의 틈이 생기면 그 공유 부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가져가는 장치를 보이지 않게 품고 있다.

종족 보존도 결국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에서 나온 것으로 죽어서까지 자신의 부와 욕망을 결혼이라는 제도의 허울로 꽁꽁 묶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산하지 못하게 하며 한번 계약한 것을 이런 가지, 저런 가지로 연결해 파기하지 못하게 한다.

서양의 결혼제도는 사랑의 연장선상의 계약이라는 제도로 철저히 만든 것이고 계약이기 때문에 그 조건만 충족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랑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인간 본연의 다른 사랑을 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의 결혼은 다른 사랑을 못하게 철저히 힘의 논리와 가진 자의 논리와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비난과 가족이라는 관계의 족쇄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게 만들고 있다.

인간에게 가장 원초적인 것이 사랑이기에 사랑 자체가 자유로워야 진정한 사랑이다. 어떤 틀이나 깨어진 사랑의 대가를 치르는 사랑은 순수사랑이 아닌 계산이라는 보이지 않는 복병을 늘 안고 살아간다. 행복한 결혼생활을 원한다면 각자의 가치를 가지고 서로를 맞춰가며 하나의 공통된 가치를 찾아가는 생활이 곧 올바른 결혼일 것이다. 부디, 사랑만을 선택한 한 신부의 결혼이 금강석처럼 빛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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