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해답을 찾다
길 위에서 해답을 찾다
  • 강희진 <수필가>
  • 승인 2011.05.10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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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수필가>

길을 잘못 들었다. 운전을 하던 중 우연히 밖을 보니 집으로 가는 길과는 먼 방향을 달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 들었는지 가늠할 수가 없다. 여느 때처럼 내비게이션에 '집으로'와 '고속'을 선택하고 출발했다. 그동안 내비게이션을 믿고 운전을 해 왔고 기대한 대로 내비게이션은 언제나 목적지까지 나를 안내해 준 것인데 오늘 일이 나고 말았다.

연휴로 가뜩이나 복잡한 거리에서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내비게이션의 지시대로 따라온 것인데 차질이 생긴 거다. '대전, 독립기념관' 이정표가 보였는데 망설이다 그것까지 놓쳐버렸다. 가슴이 덜컹하여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더 올라가면 안 되고 천안에서 빠져나와 국도를 타라고 한다.

천안IC를 놓치면 큰일이다 싶어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 얼마쯤 달리다 보니 천안에 이르렀다. 천안IC로 빠져나왔더니 네 개의 길로 또 나누어져 있다. 가장 오른쪽 길로 빠져나와야 했는데 또 잘못 들어 그 옆길로 빠져나오고 말았다.

한번 잘못된 길로 접어드니 실수 연발이다. 내비게이션을 다시 켜고 이리저리 빙빙 돌아 간신히 천안 시내를 빠져나온 뒤 집으로 오는 1번 국도로 접어들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금왕' 이정표가 보인다. 집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간이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커피를 뽑았다. 어수선한 머리를 정리했다. 내비게이션에게 집에 오는 길까지 맡기고 머리로는 길을 숙지하지 않은 게 가장 큰 잘못인지, 아니면 처음 길을 잘못 든 줄 알았을 때 바로 궤도 수정을 했어야 했는데 방심한 탓인지 알 수가 없다.

결국 2시간 30분이면 오는 길을 5시간이 넘게 걸려서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나니 길을 찾지 못해서 애먹은 하루가 무척 길게 느껴졌다. 길은 어디로든 통하고 에둘러도 집으로 오기는 했을 것이나 좀 더 빠르고 쾌적한 길은 있기에 선택이 중요하다.

지름길을 찾자는 것은 아니지만 살면서 거치게 될 많은 길의 선택 방법이 그대로 적용되는 것 같다. 길 떠날 때 언니가 챙겨준 생선은 생으로는 먹을 수 없게 되었고 산소 옆에서 뜯었던 나물은 시들어 버렸다. 또한 호박식혜는 버려야 될 상황이 된 것도 길을 잘못 든 결과다.

내비게이션이 길을 안내해 준다 해도 제대로 잘 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신경을 썼더라면 두 시간씩이나 헤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길을 잘못 드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 잘못 든 길을 어느 정도 가서 멈추느냐는 자신에게 달렸다. 길을 잘못 들고 실수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사태를 파악하는가가 관건이다. 잘못 접어든 것을 알고도 천안IC가 나올 때까지 달려야 했던 것처럼 문제가 생긴 것을 알고도 조처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몰라서 대처를 못하는 것도 그렇지만 알고 나서도 상황이 그렇다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한 번 지나온 길은 되돌아 갈 수 없다는 것과 이러쿵저러쿵 할 것 없이 일단은 신중한 선택으로 그와 같은 오류를 없애는 게 상책임을 알았다.

지금 나도 큰 결정을 해야 한다. 어떤 결정을 하든지 선택에 대한 번복이니 욕을 먹을 것이다. 그 욕을 먹는 것이 두려워 일 년을 버텨왔다. 그런데 남은 것은 더 큰 불신만 남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었는데 오늘 길 위에서 해답을 찾았다. 잘못된 길이라면 빨리 수정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알았고 다른 길이 맞다면 망설임 없이 선택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렇다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은 멈추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 명백함이다.

늘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금왕의 공기가 오늘따라 정겨워 코를 벌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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