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여유
기다림의 여유
  • 박명애 <수필가>
  • 승인 2011.04.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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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박명애 <수필가>

요즘 인터넷이 뜨겁다. 유명여배우와 가수의 비밀결혼·이혼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집요한 추적이 시작되었다. 본인에 대한 지난 행적은 물론 일반인인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 대해 추측성 보도와 글까지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니 걱정이 앞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실이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출연했던 드라마와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까지 해가며 희화하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아무리 스타라지만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재판까지 가야했던 사정 속에는 많은 고통과 아픔이 숨겨 있지 않겠는가. 말할 수 없었던 사연이 있었을 테고 설혹 말하지 않았다고 해도 죄가 되는 건 아니다. 남의 불행을 기회로 삼아 금전적 이익을 노리고 새로운 포털사이트까지 개설하여 그들의 사생활을 캐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편리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이 거꾸로 다른 사람의 삶을 생채기내는 권력의 도구로 군림하게 만든 건 우리들이 반성해야 할 부끄러운 결과다.

물론 인터넷을 이용해 긍정적인 개혁이 이루어진 일들도 많다. 감시기능이 강화되면서 좀 더 공정한 사회를 이루는 데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은 씁쓸한 경험을 하곤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형성하고 부딪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 경우가 있다. 물론 고의적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생각이 짧거나 판단력이 흐려져 실수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예전에는 당사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인터넷 접근이 쉽다보니 소소한 문제라도 우선 홈페이지에 글부터 올리고 본다. 물론 사람 나름이긴 하지만 어조도 강하고 공격적이다. 정보 때문에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우연히 그런 글들을 읽다 보면 씁쓸한 생각이 들곤 한다. 조금 더 부드럽게 말하고 부드럽게 해결할 수는 없는 걸까?

사실 인터넷이 문제가 아니다. 기다림의 여유가 사라진 우리들의 정서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성공을 위해 등수 안에 들기 위해 우리들은 늘 달려야 했고, 숨 돌리며 주변을 둘러볼 여유는 사치였는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하게 살아오느라 기다려주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볼 여유들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운전을 할 때도 여유가 있는 날은 다른 차가 끼어드는 것도 봐 주고 조금 늦게 출발해도 느긋하게 기다려주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초보운전자에 대한 배려까지 해 주면서 말이다. 시간에 쫓기는 날은 공연히 잘 가고 있는 앞차 뒤통수에 대고 투덜투덜 느리다고 불만을 쏟아 놓듯이 삶의 모습도 닮았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보면 기다려주지 못해 가족들에게 주변 친구들에게 상처를 준 경우가 많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후회하는 일들이 종종 있다.

우리 모두 조금 더 여유로워졌으면 좋겠다.

불편하다고 덜컥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보다 소소한 일들은 부드럽게 건의하고 기다려보자.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글들을 보고 가십거리 삼아 이러쿵 저러쿵 비난하기보다 스타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상처받았을 마음을 헤아리고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림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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