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는 날
봄비 내리는 날
  • 이진순 <수필가>
  • 승인 2011.03.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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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진순 <수필가>

원두커피를 내린다. 은은한 향이 방 안 가득하다. 커피는 마시는 것보다 향을 이렇게 음미하는 것을 즐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과 만나서 무슨 차를 마실까를 고민하며 차를 마시는 사람도 있을까. 어느 날부터 식사가 끝나면 거피 한 잔을 마셔야 입 안이 개운하다. 커피는 카페인이 들어 있어 불면증이 두렵다며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위안까지 하면서 마시는 노년찼┻ 있다.

국산차로 대추차는 신경을 편안하게 해 준다. 생강과 대추를 다려 마시는데 그 맛이 달콤하다. 따끈한 대추차는 마음까지 훈훈하게 한다. 만들어서 냉장고에 보관해 놓고 여름에 아이들과 함께 음료수처럼 마셔도 좋다. 주로 밤에 잣을 동동 띄워서 마시고 잠을 청해도 손색이 없다. 이렇게 적재적소에 분위기에 맞는 차를 마시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과 동시에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루를 보내며 만나는 인연들과 대화를 나누려면 차를 대접하게 된다. 취향을 물어 어떤 차를 마실까 묻고는 준비를 한다. 요즈음은 허브차를 즐기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주로 라벤더 로즈마리 루이보스 타임 재스민 로즈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애플민트 등 그 향과 효능이 다양하여 맛을 보이면 만족해 한다. 커피도 허브차인데 가장 많이 알려 졌고 종류도 다양하다.

때와 장소에 따라 마시는 차도 다양하다. 찻집도 국산차, 허브 차, 커피숍이 있는가 하면 자판기에서 뽑아 먹는 차의 종류도 여러 가지다.

허브의 효능을 알아보면 스트레스로 화가 났거나 혈압이 높은 분과 마실 차는 라벤더가 적합하다. 라벤더 차는 혈압을 낮춰주고 신경 안정을 도와 차분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건망증이 심하고 치매를 걱정하는 분은 로즈마리 차가 좋다. 집중력을 요하는 수험생이라면 로즈마리 차는 나른한 잠을 멀리 쫓아주고 머리가 맑아진다.

감기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마시는 페퍼민트 차도 있다. 이 차는 저혈압 환자가 마시면 혈압이 올라가 아주 기분이 좋아진다. 연인들이 마주 앉아 향기 넘치는 대화를 나누며 마실 차는 루이보스와 타임차를 권하고 싶다. 이처럼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며 즐길 수 있는 허브 차의 종류는 다양하다.

커피도 음악을 좋아하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즐기는 비엔나커피가 있는데 예쁜 잔에 담아야 그 맛이 으뜸이라고 한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즐겼다는 로얄 커피는 실내를 어둡게 하여 환상적인 분위기에서 마셔야 제격이란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식 로망 커피는 진한 커피인데 일본 사람들이 즐긴다고 한다. 아주 작은 잔에 담아 마시는 것이 매혹적이란다. 또 인도네시아 사향 고양이는 잘 익은 커피를 좋아하는데 고양이가 커피열매를 먹고 똥을 싸면 사람들이 똥과 함께 나오는 커피의 씨를 주워서 숙성시켜 (발효) 커피로 마신다. 커피이름은 '루왁'이라고 하는데 카페인이 전혀 없고 이 세상에서 맛이 으뜸이라고 한다. 가격도 10그램에 15만원이나 가는데 인기가 대단하다고 한다. 아직 마셔본 적이 없는 커피지만 고양이의 배설물이라는 것을 알고 마시는 기분은 썩 좋을 것 같지는 않다.

꽃향기 넘치는 따사로운 봄날 누구를 만날까 고민을 해 보세요. 희망이 넘치는 아름다운 미래를 설계할 사람이라든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허브 차에 벚꽃이나 매화 한 송이 동동 띄워 우정을 확인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으세요. 뜨뜻미지근한 사랑이라면 근사한 찻집에서 깔끔하게 어떤 차로 마무리를 할까를 고민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봄비 내리는 날 인생을 돌아보며 분위기 있는 찻집에서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차는 역시 커피만큼 좋은 차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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