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별거 아니잖습니까
사는 것이 별거 아니잖습니까
  • 신서옥 <시인>
  • 승인 2011.03.2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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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서옥 <시인>

나의 벗 심주에게

세상 사는 일이 별난 것이 아닐진데 왜 사람들은 자기의 삶과 사랑만은 특별하고 별나야 한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사는 모습을 보면 거기서 거기가 아닌가요 단지 촉각적으로 약간의 다름이 있지만 하루하루 사는 모습을 본다면 별 차이 없지 않습니까 다만 일상의 일탈을 어찌 보내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일상의 일탈은 일탈일 뿐 일상의 主는 아니니까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인간사는 그 일탈만이 삶이라 생각하며 아옹다옹한다는 겁니다. 다시 한 번 삶과 사랑을 생각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답니다.

이런 나에게도 일탈을 꿈꾸는 시간은 있답니다. 그러나 그 일탈을 일상화하고 싶지는 않답니다. 천국도 신선도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주어지는 일탈의 즐거움이나 쾌락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상화가 된 일탈이기에 원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불행의 아픔을 알기에 하는 것이고 짝을 찾는 것은 혼자의 아픔을 알기에 찾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추함이 있기에 빛나듯 삶과 사랑에는 무수한 아픔을 안고 있기에 그 아픔을 이겨내고 차지하는 행복이 크다는 겁니다.

우리의 삶과 사랑이 애틋하고 아름답다 생각되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없고, 대가를 치르며 만들어 간다는 것이기에 아름다운 겁니다. 그냥 뚝 떨어지는 삶과 사랑이라면 애태우며 그리워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 삶과 사랑이라면 지금과 같은 아픔과 그리움의 아름다움은 없을 겁니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나서 집에 들어올 때마다 느끼는 찬바람은 이제 점점 더 심하게 느껴지는군요.

그나마 애들의 체온으로 썰렁함은 면하지만 마음의 허함은 어쩔 수 없는 지금의 현실입니다.

심주 스스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배우고 있으니 고맙습니다. 행복도 끝없는 공부를 해야 오는 것이고 어떠한 것도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일 겁니다.

그러나 얻는 것은 또 다른 잃음이 있다는 것도 변할 수 없는 인간사의 업보랍니다.

삶과 사랑을 머리나 감정으로만 하기에는 너무도 귀하고 어려운 것들이니 자신의 마음에 따라 가십시오. 그것이 자신의 그릇이요 업이라는 겁니다. 결과의 좋고 나쁨은 인간의 몫도 신의 몫도 아닌 오직 자신이 느끼는 겁니다.

악을 즐기는 사람은 악이 즐거운 것이고 슬픔을 즐기는 사람은 슬픔이 즐거움이니까요 이처럼 인간의 삶과 사랑은 사람의 지문만큼이나 각자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세상 60억이 넘는 인간의 지문이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랑과 삶도 60억 개의 모습이 전개되는 겁니다. 다만 인간이 비슷한 형상을 추스려 유형을 만들고 예단할 뿐 그 예단이 진실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가 그 결과를 몰라하는 것일 뿐 뭔가의 의미나 가치를 줄 겁니다.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자신의 그릇에 따라 살아가면 어떤 궤적이 나올 겁니다. 그게 우리의 인생이 아닌가요! 부디 좋은 봄날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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