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생활도구<34>
잊혀진생활도구<3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27 2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또아리
옛날 농경사회에서 사람들은 짐을 옮길 때 남자들은 어깨나 등짐, 또는 지게에 ‘지고’ 이동을 했고 여자들은 주로 머리에 ‘이고’ 다녔다.

여자들이 물건을 머리에 일 경우 편편한 물건 밑바닥이 둥근 머리 윗부분에 맞닿아 중심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상식인데, 이를 해결한 도구가 서양식빵인 ‘도우넛’처럼 생긴 ‘똬리’다.

똬리는 짚이나 헝겊을 얇게 틀어 둥글게 말아 테를 만들고 왕골이나 헝겊으로 겉(둘레)을 감싸 만든 것으로 이를 머리에 얹고 물건을 그위에 얹으면 무게중심이 바로잡혀 흔들리지 않고 이동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똬리’는 여자들이 물동이나 광주리, 항아리 등을 머리에 이고 다니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똬리의 장점은 아무리 모양새가 나쁜 물건이라도 또아리 위에 얹으면 균형이 잡힌다는 것과 무거운 물건의 무게가 골고루 분산되어 목뼈가 무게를 견딜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 젊은이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당시 힘좋은 사람들은 지게에 100㎏까지 지고 다녔고, 여자들은 50㎏까지 머리에 이고 운반을 했다.

14살이 넘으면 남자는 지게를 지고 여자아이들은 물동이를 이고 동생을 등에 업어 키우느라 허리가 아프고 목이 아파도 쉴수가 없었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때여서 어려서부터 무거운 물건들을 어깨에 지거나 머리에 이고 다니느라 키가 자라지 못해 키작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척추나 목뼈가 어떻게 견딜 수 있었는지 현대의학으로도 납득이 안된다.

현대인은 무거운 것을 조금만 들어도 척추를 다쳐 병원치료를 하고, 시내버스를 타다 천정에 부딪쳐도 목뼈에 이상이 생겨 물리치료 받느라 야단법석을 떤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가는 환경에 따라 육체적인 적응도 바뀔수 있는 것 같다.

잘먹고 곱게 자란 요즘 고등학교 남학생에게 지게를 지워 80㎏, 100㎏을 옮겨 보라고 한다면 척추뼈가 견딜수 있을까. 또 여학생들 머리에 똬리를 얹어 40㎏이 넘는 짐을 얹고 이동하라면 목뼈가 어떻게 될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운남성의 소수민족이나 네팔과 인도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아이 앞머리에 보자기 끈을 걸치고 등에 무거운 짐을 지어 운반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적이 있다.

‘야, 저 무거운 짐을 지고 목뼈가 어떻게 견딜수 있을까’생각하며 우리나라 지게는 얼마나 과학적이고, 똬리는 무게를 골고루 분산해 척추나 목뼈에 충격을 적게 주니 정말 위대한 발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똬리의 과학적 고안에 놀라움을 감출수 없다.

똬리는 사용하는 사람의 머리에 잘 맞아야 하고 새끼를 가늘게 꼬아 입에 물도록 했다.

그것은 물동이를 머리에 얹을때도 혼자해야 하기 때문에 똬리 끈을 입에 물고 짐을 머리에 얹을 때 필요하고, 운반도중 똬리가 옆으로 빠지면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다시 제자리에 놓는데도 도움이 됐다.

물동이를 인 여인들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필자가 논산훈련소에서 철모를 쓰고 10㎞행군을 했는데, 철모에 짓눌린 머리와 목뼈가 아파 고통을 받았던 것을 견주어 보면 똬리를 머리에 얹고 무거운 짐을 운반한 우리들의 어머니와 할머니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글·사진 김운기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