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ing 2010>힘있는 이들부터 이웃을 돌보자
<2009 ing 2010>힘있는 이들부터 이웃을 돌보자
  • 연숙자 기자
  • 승인 2009.12.30 2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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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숙자 <교육·문화부장>
일년전, 소띠 해를 맞은 우리네는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의 충격을 황소걸음으로 천천히 걷자며 위기극복을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실을 기하기 위해 뼈를 깎아야 했던 1년은 침체된 경제에 발목 잡힌 채 대량실업 사태와 중산층 붕괴를 지켜봐야 했다. 계층간 심화된 경제 불균형은 물리적·심리적 수렁을 깊이 만들었고, 서민들에게 고단한 생활고를 안겨주며 참으로 더디게 지나왔다.

'제2의 IMF'라는 수식어가 붙여지며 전문가조차 급작스레 닥친 금융위기 극복을 운운하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급속한 산업화로 일궈낸 경제성장의 부산물이었다고 본다.

냉랭한 경제 한파는 연쇄고리처럼 각 분야로 연계되며 현실을 얼음장처럼 만들었다.

또한 위축된 현실은 이웃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마음까지도 각박하게 만들었다. 가벼워진 호주머니로 인해 나눔에 선뜻 동참하지 못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먹고 살기 어려운 이유도 있지만 어두운 사회 분위기도 나눔문화를 경직되게 만든 측면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나눔문화를 전개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전국 지회마다 연말연시에 펼치고 있는 나눔캠페인을 살펴보면 27일 현재 전국 평균치가 64%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충북의 경우 2만명이 모금운동에 참여해 전국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하니 내심 충북인으로의 자긍이 느껴지기도 한다. 참여자 중에는 큰 액수의 성금을 전달하는 기업도 있지만, 서민들의 참여율이 높다고 한다. 특히 소외계층이나 다문화가정, 장애인 등의 참여가 올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십시일반이라고, 어려울 때일수록 어려운 이들이 먼저 발벗고 나서는 모습에서 이웃들의 따스하고 선한 눈빛을 보는 듯하다.

전쟁이란 폐허에서 짧은 기간 이룬 우리나라 경제 발전은 하면된다는 희망과 경제적 풍요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이웃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기부문화는 경제발전 속도와는 별개로 무관심 속에 진행되어 왔다. 손쉬운 전화 이용이나 기업의 사회환원제 등 다양한 기부제도가 도입되고 있으나 아직도 불우이웃돕기 차원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선진국의 기부문화를 생각하면 이젠 좀 더 격조 높은 나눔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있다.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회지도찼?의 사회 참여를 바탕으로 한 나눔 실천을 요구하는 말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힘있는 사람들부터 자발적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힘있고, 돈있는 사람부터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경제적 선진 강국이 우선시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나눔의 진정성을 이루는 것이 선진국이다. 각박함을 풀어내는 것은 너그러움이다. 가난한 이웃과 함께하고자 하는 진정한 마음이 전해질 때 우리가 하나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고 믿는다.

이같은 차원에서 충청타임즈도 새해부터는 부족함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문화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회사와 전 직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소외된 이웃과 함께하는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작은 희망을 싹틔우는 언론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2009년 마지막 하루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가 황소 걸음으로 걸어온 한 해였다면, 2010년에는 호랑이처럼 두 눈 부릅뜨고 역동적인 힘을 발휘하는 해로 만들어야 겠다. 지금의 난관이 부실을 거두기 위한 겨울맞이라고 위안을 삼고, 견딤 뒤에 찾아올 봄날에 '우리'의 이름으로 희망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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