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4.1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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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순한 너를 뉘였으니어찌하랴.좋은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구나.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현대문학상수상시집’(현대문학) 중에서<감상노트>언제 ‘나’를 ‘너’라고 불러 보겠는가. 몸을 빌려 한평생 ‘슬프다’ 하고 살았지만, 빈손에는 신문지에서 흔들리던 활자처럼 떨리는 너를 두고 가려한다.

여자를 얻어 기쁨이었지만 잠시 웃음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이 어둠에 걸려 숨이 턱턱 막힌다.

누구의 체온을 덮어 주던 꽃잎 한 장이 날아든다.

몸이여, 이 닫혀버린 노숙의 밤을 무엇으로 용서받으며 떠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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