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동영상 유포 '온상'된 피시방…'박쥐' 등 최신작도 버젓이
불법 동영상 유포 '온상'된 피시방…'박쥐' 등 최신작도 버젓이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11.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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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에서 영화 '박쥐'를 볼 수 있다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다음날인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D 피시방. 전날 수능을 치른 수험생 A군(19)이 영화 '박쥐'를 감상하고 있었다.

A군은 "이곳(피시방)에서 박쥐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왔다"며 "박쥐뿐만 아니라 다양한 최신 영화가 컴퓨터에 저장돼있다"고 말했다.

최근 영화 '해운대'와 '박쥐'가 온라인에 무차별적으로 불법 유포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피시방이 불법 동영상 유포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불법 동영상 유포가 개인을 넘어 피시방이라는 공공장소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100석 규모의 D 피시방에는 박쥐를 비롯해 '마더'와 '디스트릭트9', '트랜스포머2' 등 DVD로 출시되지도 않은 최신영화들이 모든 컴퓨터 바탕화면 폴더에 버젓이 담겨 있었다.

몇몇 영화는 캠코더로 촬영한 듯 화질이 좋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영화는 DVD급의 고화질에 자막도 충실해 시청하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국내 극장에 개봉하지도 않은 최신영화도 적지 않았다. 개중에는 '미인도' '쌍화점' 등 18세 이상 관람가인 성인영화도 끼어있었다.

10대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며 불법 유포된 동영상을 감상하는 모습은 이 피시방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보통 피시방에서의 불법 다운로드는 컴퓨터 사용자 간에 이뤄진다. 이전 컴퓨터 사용자가 불법 다운로드 받은 동영상을 지우지 않아 다음 사용자가 이를 다시 다운로드하는 경우다.

하지만 D피시방의 경우처럼 적지 않은 피시방에서는 업주가 직접 불법적으로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은 뒤 '영화'나 '동영상' 폴더를 만들어놓고 손님을 끌기도 한다.

사정은 손님들이 밀려드는 여타 피시방도 다르지 않았다. 강남이나 강북 등지의 대형 피시방들은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불법으로 다운로드한 최신영화들을 컴퓨터에 저장해 놓고 '호객'을 하고 있었다.

굳이 영화관에 가지 않더라도 피시방에서 손쉽게 최신영화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현실인 것이다.

문제는 엄연히 불법인데도 불구하고 피시방 업주들의 문제의식이 '제로'에 가깝다는 것.

D피시방 관계자는 "우리는 인터넷 다운로드사이트를 통해 영화를 받은 것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다른 피시방 관계자는 "남들도 다 하는 것"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피시방을 통한 불법 동영상 유포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경찰이 일일이 피시방을 단속하면서 적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유포가 워낙 만연해있어 수사 의뢰가 들어오지 않으면 모든 피시방을 대상으로 수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불법이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수만 곳을 헤아리는 피시방을 죄다 수사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저작권법 위반 등 범죄 혐의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피시방에서 대대적, 조직적으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할 경우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은 뿐이었다.

불법 동영상 유포의 진원지인 P2P사이트 등을 상대로 한 영화인들의 각종 소송 움직임이 구체화 되고 있는 가운데 피시방에 대한 영화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푸른 영상'의 김준호 감독은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동영상 상영은 엄연히 불법이며 심각한 재산권 침해"라며 "영화인들의 저작권을 침입하는 이같은 불법행위에 대해 당국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의 인터넷 강국으로 등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피시방. 하지만 피시방은 이제는 불법 동영상 유포의 온상으로 그 어두운 이면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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