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家長의 비애
가정의 달 家長의 비애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5.10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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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인지 달력을 들여다보면 많은 기념일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 모든 날들을 묶어서 포괄적으로 상징하는 의미로 5월을 가정의 달로 지정하였나보다.

그러나 이러한 의도와는 다르게 5월의 푸르른 실록은 우리들에게 온갖 희망과 꿈을 선사하려 하지만, 인간들 마음은 아집으로 가득 찬 나머지 자연이 주려는 선물을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모양이다.

또한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사랑이 흘러 넘쳐야 할 가정에는 가족구성원들 사이에 대화가 사라지고, 서로를 아끼는 순수한 가족의 사랑마저 식은 지 오래 된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냉랭한 한기가 도는 가정에 그나마 잠깐 동안이라도 웃음과 즐거움을 주는 매개체가 하나 있으니 바로 애완견이다.

이 녀석은 하루 종일 홀로 집을 지키다가 가족 구성원들이 먼발치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방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꼬리를 흔들어가며 가족 한사람 한 사람을 맞이한다.

우리 집에도 ‘요크샤트리아’라는 예쁜 애완견이 들어온 지 어느새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헌데 이 녀석이 가장인 나를 가장 반겨주는 녀석이다.

저녁이면 사무실 일로, 사회적 일로, 때늦은 공부하느라 좀처럼 일찍 집에 들어가는 일이 그리 흔치 않는 생활이다.

그러다보니 늘 가족들이 잠들어 있는 시간대에 집에 들어가는 일이 많아졌다.

이른 시간이나 늦은 시간이나 우리 집 귀염둥이 애완견은 가장이 들어오면 모든 일을 제쳐두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쪼르르 달려와 가장인 나를 반갑게 맞이해 준다.

우리 집에서는 나약해져가는 가장의 품위를 그나마 회복시켜주고 지켜주는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다.

아마도 우리 집 ‘요크샤트리아’가 없었다면, 더욱 목소리만 커져가는 안방마님과 무뚝뚝해져가는 아이들의 무관심속에 홀로 외로운 가장지키기 싸움을 해나가야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모자라 ‘기러기 아빠’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조기 유학 가는 아이들과 함께 아내마저 이국 만리로 떠나보내고 뼈가 부서지도록 일하여 얻은 돈을 몽땅 송금하고나면 남는 것은 빠듯한 자신의 생활비 때문에 술로 세월을 사려는 기러기 아빠들.이들의 죽음 소식이 가정의 달인 5월에 심상찮게 들려온다.

기러기는 비록 새지만 하늘을 날아갈 때 순서를 흩뜨리는 법이 없다.

그래서 이 녀석들은 보고 생겨난 단어가 안항(雁行)이다.

인간도 형제간에 위치와 순서를 지키며 살아가라고 말이다.

기러기는 부부간에 금실과 자식 사랑이 유별나다.

한 놈이 먼저 죽으면 독신으로 살아가며, 불에 타죽을지언정 새끼를 버리고 달아나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가정의 달 5월, 가장들의 비애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조류인 기러기로부터 제대로 된 가정을 배우는 5월이 되어지기를 우리 모두 기원해보자.모든 사람들이 모여 죄없는 말을 주고받는 곳, 제 각자 자신의 의견을 말하되 부자연스럽지 않고 평화로운 곳,이런 곳이 우리의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이 아니였든가.이제 사랑과 배려가 가족의 구성원리이며, 이는 구성원 상호간에 만들어지는 노력의 산물임을 깨우쳐 알자.이것만이 무너져가는 가정을 지켜내는 힘이 될 것이다.

더 이상 가장이 사회복지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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