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한 경찰 수사, 허술한 발표
미진한 경찰 수사, 허술한 발표
  • 충청타임즈
  • 승인 2009.05.26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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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 투신 직전 상황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경남지방경찰청의 허술한 조사가 비난을 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 봉화산에 있는 절 '정토원'에 들렀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는 등 경찰의 공식 발표 내용 곳곳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재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수사본부를 꾸린 경남지방경찰청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산행길을 수행했던 경호과장 진술을 토대로 23일 1차 브리핑을 가졌다. 당시 경찰은 "투신 장소인 부엉이바위에서 20여분 머물다 경호원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뒤 갑자기 뛰어내렸다"고 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실제로 이날 산행길에서 부모님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정토원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이 부모님 위패가 모셔져 있는 법당을 찾아 실제로 예를 올렸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6시20분쯤 부엉이바위에 도착해 20분 정도 휴식을 취하다 투신한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이 20분 가운데 일정 시간을 할애해 정토원에 다녀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시간대별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행적을 재구성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꼴이 됐고 초동수사에 치명적인 오류를 드러내고 말았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부모님 위패에 예를 올리는 것을 경호원이 목격했고 이를 평소와 다른 행동으로 여겼다면 이후 경호도 달라질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경찰이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은 더 있다.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경호원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돌렸는지 하는 부분도 아직 애매하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등산로 쪽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누구지'라고 했고, 경호관이 그 사람의 접근을 제지하기 위해 잠시 시선을 돌리는 사이 뛰어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진술을 토대로 하면 당시 등산객이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경찰은 "이 등산객에 대해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고만 할 뿐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밖에 경찰은 1차 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 바위 높이를 30m라고 했다 2차 브리핑에서는 45m로 바꿨다.

한편 경남지방경찰청은 26일 오후 3시 공식 브리핑을 가지려다 급작스럽게 취소했다. 경찰 측 관계자는 "경호관을 상대로 2차 조사를 진행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고 보강할 게 있다"며 "전국이 지켜보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확하고 확실하게 조사하고 나서 (브리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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