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각자 다르다
입맛은 각자 다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2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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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폭염과 장마로 모든 사물이 지쳐간다. 맛깔스러운 보양식으로 기력을 보충하여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욕망이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기도 한다.

요즘 일본과의 독도 문제,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그칠 줄 모르는 촛불집회 등으로 올여름을 시원한 기분으로 지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정치하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소시민들보다 더 많이 심사숙고해야 하니 머리가 아플 것 같다.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기를 바라는 국민의 입장을 맞추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명심보감에 "양고깃국이 비록 맛이 좋다 하나 뭇사람의 입을 맞추기는 어렵다."라는 구절이 있다. 아무리 맛있는 양고깃국이라도 많은 사람의 각자 다른 입맛에 맞게끔 요리하여 내놓을 수는 없다. 싱겁게 내놓으면 짜게 먹는 사람들이 불만이고, 얼큰하게 요리를 하면 매운 것을 못 먹는 사람은 불평할 것이다.

어머니는 주말부부로 떨어져 살던 자식이 집에 오면 밥상에 앉으셔서 먼저 수저를 드시고 장이나 국맛을 보시며 "애비야, 싱겁지 않니"하고 자주 물어오셨다. 짐짓 수저를 들고 맛을 보면서 "제 입맛에는 맞는데요."하고 몇 번을 되풀이하니 음식 맛으로 며느리 길들이기를 하려던 마음을 포기하셨던 것 같다. 은근히 아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는데 거절을 당했으니 마음은 서운하셨을 것이나, 너무 짜게 드시는 부모님 식성을 싱겁게 드시게 하기 위한 자식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셨으리라. 돌이켜보면 어머니가 음식을 짜게 드신다고 생각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식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음식 맛을 평가하는 기준은 언제나 자기 주관적이다. 상식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자기 입맛대로다. 어떤 이는 이 음식점이 맛있고, 어떤 이는 저 음식점이 맛있다고 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점이 잘하는 음식점이고 맛난 집이다.

국가의 현안도 어찌 보면 여당은 여당대로 이렇다고 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저렇다고들 한다. 모두 당리당략을 배경에 깔고 논평하면서 자기 입맛에 맞추어간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칭찬하고, 잘못된 것은 너도나도 잘못됐다고 하면서 지혜를 모아도 국정 난국을 헤쳐가기 어려운데 잘한 일은 그냥 넘어가고 조금이라도 잘못한 일은 침소봉대하여 상대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그리고 자기 입맛에 맞추라고 강요한다.

친구들과 음식점에 가면 한 가지 음식을 시키는 통일된 주문은 하지 않는다. 각자 그 음식점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먹을 권리가 있고, 다양한 주문을 하면 같은 돈 내고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좋다. 굳이 한 가지로 통일하여서 싫든 좋든 같이 먹기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입맛은 존중되어야 한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친구는 맵게 먹을수록 행복할 것이고, 싱거운 음식을 좋아하는 친구는 싱겁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입맛을 남에게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 내 입맛만 옳고 다른 사람의 입맛은 틀린 것이 아니다. 내 입맛과 다를 뿐이다.

어떤 일을 추진함에도 우리는 각자의 의견이 존중되는 가운데 토론이 이뤄지고, 토의과정을 통해서 결정된 사항은 자기 의견과 다르다 하여도 결정된 사항에는 승복하여야 한다. 내가 반대하였다고 결정된 사항까지 따르지 않겠다는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더위에 지친 국민 앞에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을 맛깔스럽게 차려 내놓을 수 있는 멋진 요리사는 없는 것인가? 그러면 촛불도 사라지고, 소모적인 논쟁도 뒤로한 채 맛난 음식 먹기에 열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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