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로부터 풀어내 보는 이야기
가설로부터 풀어내 보는 이야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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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김 태 종 <삶터교회 목사>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말이 있습니다. 셋이 같은 생각을 하면 호랑이도 만들어진다는 뜻일 터인데, 의식이라는 것이 지닌 또 하나의 측면을 두고 이르는 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합니다.

인간이 종교를 만들었느냐, 신이 나타나 인간이 그 신을 모시면서 종교가 시작되었느냐 하는 문제는 아직도 똑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여럿이 같은 생각을 품을 때 그 집단의식이 하나의 기운을 형성하고, 그렇게 형성된 집단의식은 단지 기운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인격까지도 갖추게 된다는 생각이 드는 여러 가지 현상들을 봅니다.

앞에 소개한 '만들어진 신'이라는 책에서 말한 것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신이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 자리입니다.

신을 믿는다고 하는 어느 집단이 그리 건강하지 못한 신에 대한 이해를 지니고 있을 때 그 신은 어느 경전에 있는 신과도 무관한 아주 희한한 모습의 신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입니다. 그 집단이 극성스러우면 극성스러울수록 이 신의 힘 또한 커지고, 그러면서 거기서 일어나는 현상은 점점 더 광기를 띄게 되는 것을 단지 왜곡된 신앙형태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 반사회적 종교현상에 대한 내 이해입니다.

그런 집단에서는 개인이 경험하는 것의 의미가 아주 커집니다. 그렇게 형성된 신의 지배를 받는 가운데서 자신들의 신을 의심할 수 없게 되고, 그 신에 대한 이해는 계속해서 강화되는데, 그렇다고 그 신이 건강한 인격을 행사하는 일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런 종교행위를 통해서 건강한 인격의 성숙이나 성장은 기대할 수 없고, 열정이나 체험, 그리고 종교의 논리에 대한 충성과 복종만이 강조되는 것이 그런 종교현상 대부분의 모습들입니다.

어느 종교냐, 또는 어느 종파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위 기존의 큰 세력을 형성한 종교나 종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사회적 신뢰가 이루어져 있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그것이 잘 알려진 기존의 종교 안에는 없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주로 신흥종교나 이단, 또는 사이비종교에 대해서는 경계를 하지만, 실제로 경계해야 할 것은 그런 것들보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종교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불씨들, 이단이나 문제가 있는 신흥종교, 또는 사이비 종교들이라 하더라도 기성종교나 종단에 그 문제의 불씨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어쨌든 그런 종교현상은 결국 개인의 인격을 황폐하게 하고, 때때로 삶을 파괴하며, 사회적으로는 그 사회의 건강한 기풍 형성을 방해하며, 몰역사적인 형태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또는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을 가라앉히려면 성숙한 사회인식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런 걸 기대하기에는 좀 멀다는 진단을 조심스럽게 해 봅니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성숙한 종교 담론이 형성되게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결국, 종교가 무엇이냐는 물음을 놓치거나 내려놓지 말아야 할 숙제 하나를 확인합니다.

종교뿐 아니라, 종교인이란 무엇이냐는, 그리고 종교지도자란 어떤 사람이냐는 물음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겠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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