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2>
북유럽 4개국 교육 시찰기 <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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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우 도교육위원의 선진교육모델 북유럽 여정
한국과 딴세상인 에듀토피아 핀란드 교육

이번 교육시찰에서 가장 기대되는 나라가 핀란드인데 그곳 일정이 길지 않아 아쉬웠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라고 했던가. 미리 자료들을 두루 챙겨보고 가야겠다 싶었다.

핀란드 교육에 관한 자료들이 아직은 주변에 흔치가 않다. 다행히 일본 츠루(都留)문과대 후쿠다세이지(福田誠治)교수의 '쟁에서 벗어나 세계 최고의 학력으로-핀란드 교육의 성공'이란 책이 핀란드 교육현장을 비교적 생생히 취재하고 분석한 책이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

수십년 우리 교육의 모델이 되어와 우리와 유사한 풍토를 지닌 일본교육. 하지만 지난 세번의 PISA 결과에서 우리보다 뒤져 충격에 빠진 일본교육계에 그 책은 새 모델을 제시하려 한 것이었다.

하여 그 책이 주목하는 착안점들은 고스란히 우리 교육의 현실을 되짚어보게도 했다.

작금 '학력'의 개념이 지식 중심에서 사고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은 시대적 요구요 세계적 추세다.

지식의 양은 무한대로 늘어가지만, 축적과 노후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식 폭발의 시대에 단편지식의 암기나 단순기능의 습득은 무의미하다.

종래의 주입식교육은 '휘발성·일회용 학력'을 길러줄 뿐임을 핀란드는 이미 3∼40년 전부터 유의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교육개혁에 적극 반영하였다.

공부를 강요하기보다 공부의 목적과 필요와 맛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교육. 그것을 핀란드는 교육개혁의 요체로 삼아 왔다. 학생들을 시험으로 닦달하고 경쟁을 부추기기보다 서로 협력해 탐구하면서 공부의 즐거움을 알도록 지원하는 교육 시책들. 우리 현실에선 불순한 이상론으로 치부되는 교육 방안들이 핀란드에선 가장 교육적인 대안으로 인정돼 구현되고 있었다.

연간 수업 일수 190일. 학생들의 공부시간은 일본의 절반, 한국의 3분의1에 불과하지만, 수업시간에도 통제가 없고 학생들 스스로 으레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나라. 16세까지 의무교육 기간에는 비교를 위한 그 어떤 시험도 없고, 동질집단 수업보다 혼합반·통합교육이 당연시되는 곳. 때문에 수준별 수업도, 남녀별반도, 특수학급조차 당연히 없는 나라. 모든 초중고가 평준화되어 내신만으로 진학하며, 고등학교엔 학년 구분마저 없는 나라.

교사들은 수업에만 전념하면 되기에 대학교수처럼 출·퇴근이 자유롭고, 교사평가도 교사들의 실적을 재거나 경쟁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원과제를 찾기 위해서 한다는 나라.

교사들에 대한 우대가 교육력을 높이는 첩경이라 믿고 그것을 최우선하는 나라. 그 결과로 학력이 세계 최고가 된 나라.

한국에선 말만 꺼내도 지탄받을 일들이 핀란드에선 당연시되고, 그것이 비결이란다. 교원처우개선 요구가 집단이기심의 발로라고 내몰리는 한국과,'교사들의 천국'이 곧 '에듀토피아'임을 보여주는 핀란드 간의 이 아득한 거리. 이것을 PISA 1위와 2위 간의'간발의 차이'라 보기엔 너무도 까마득하지 않은가.

아침에 인천을 출발, 북경과 코펜하겐을 경유해 헬싱키까지 날아간 첫날 여정부터 가히 '머나먼 핀란드'를 실감케 했다.

하루 종일 해를 따라 바다를 건너고 대륙을 가로지르며 비행과 환승을 이어간 끝에 헬싱키 공항에 내린 것이 현지시각 밤 10시 반. 시차를 감안하면 한국은 다음날 새벽일 터여서, 거기까지 가는 데 20여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가 딴 세상에 내린 느낌이었다.

밤조차 밤 같지 않은 백야의 잠자리를 뒤숭숭하게 지새운 이튿날 아침 댓바람부터 '딴 세상'의 교육기관 탐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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