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이 있거든 참회하라
허물이 있거든 참회하라
  • 충청타임즈
  • 승인 2008.07.0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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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자의 목소리
전 철 호 <충북불교대학 교무처장>

역사가들은 2008년 봄과 여름을 기록할 때 촛불집회에 대한 내용을 기록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온 국민의 관심과 그칠 줄 모르는 촛불의 행렬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사로잡힌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끝날 것인가 원인은 무엇이며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국민과 정부와의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정부가 하는 일이 모두 다 옳다고도 할 수 없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부도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으면서 원숙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국민도 신정부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조금 낮추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일이든지 잘못될 수도 있고,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살아가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입히고 상처를 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빨리 그 잘못과 허물을 반성하고 참회하거나 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신의 골은 깊어지고 상처는 커지기 때문이다" 또 공연한 자존심을 내세워서 임기응변으로 적당히 넘어가려고 하면 결국은 갈등을 유발하여 더 큰 싸움으로 확대되기 일쑤이다" 진정으로 용기 있는 자는 허물이 있으면 인정하고 그것을 참회하는 일이다"

서산대사는 선가귀감에서 "허물이 있거든 곧 참회하고, 그릇된 일이 있으면 부끄러워할 줄 아는 데에 대장부의 기상이 있다" 허물을 고쳐 스스로 새롭게 되면 그 죄업도 참회하는 마음에 따라 사라질 것이다" 참회란 지은 허물을 뉘우쳐 다시는 범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일이다" 부끄러워함은 안으로 자신을 꾸짖고 밖으로 허물을 드러내는 일이다"라고 일러주신다"

허물이 있으면서도 참회할 줄 모르고 변명하거나 적당히 얼버무리려고 하는 모습들을 볼 때 참으로 안타깝다" 허물이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남 앞에 그것을 드러내놓고 참회하는 것이 진정한 대장부의 기상이라면, 공직자들도 대장부의 기상을 지녀야 할 것이다"

요즘 전국 제방선원에서는 많은 스님이 여름 안거 수행 중이다" 이 수행 중에는 자자와 포살이라는 의식이 있다" 자자는 부처님 당시 석 달 동안의 안거가 끝나는 날 보름달 아래 모여 앉아 그동안에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 중에 잘못된 것이 있는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자기의 잘못을 뉘우치는 의식이고, 포살은 함께 모여 부처님 말씀대로 생활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고 바른 행동을 다짐하는 의식이다"

포살 법회는 스님들이 보름마다 모여 지나간 15일 동안의 행동을 반성하고 죄가 있으면 고백하고 참회하는 행사로 매월 15일과 30일에 열리며 이 과정을 통해서 정진수행에 매진하는 것이다" 잘못을 지적받아 참회하면 대중이 그 허물을 용서해 주는 전통이 있어 더욱 멋지게 보이기도 한다"

상대가 스스로의 허물을 드러내 놓고 참회하였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 또한 대장부라 할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용서라고 한다" 용서를 하고 나면 용서를 받을 때보다 더 기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개성이 강하게 표출되고 각기 자기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도 불사하는 현실에서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하여 이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허물이 있으면참회하는 용기와 용서하는 넓은 마음이 필요하다"

오늘은 남의 작은 허물을 보기 전에 나 스스로의 큰 허물은 없는지 되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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