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가 전도의 방편인가

나눔칼럼

2008-01-17     충청타임즈
박 찬 길 <충북사회복지행정연구회>

사회복지 분야에서 평생을 근무하거나 근무하려는 사람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쉽게 결정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기부 문화나 자원봉사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이는 자기의 주업을 가진 채 하는 일시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이 덜한 것이다.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서 평생을 몸 바치기가 어려운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반인이 갖추기 힘든 높은 수준의 자격을 요구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그 자격은 바로 천사 같은 사랑과 함께 무한한 자기희생이 아니겠는가

요사이 자기희생의 표본을 우리는 소방관들에게서 본다.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떤 위험도 감수한 채 화마가 너울대는 불 속을 기꺼이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사회복지사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당장 눈앞에 전개되는 죽음의 위험은 없을지 모르나, 정신질환자·정신지체 장애인·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죽음을 앞에 둔 중병환자 같은 분들을 자기 부모·형제·자식처럼 대하기 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자기 절제와 인내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복지사의 자격은 관련지식에 대해 남보다 조금 더 아는 것보다는 남보다 조금 더 부지런하고, 남보다 조금 더 남을 배려할 줄 알며, 남보다 조금 더 인내력이 강하고, 남보다 조금 더 사랑과 자기희생이 강한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거기다 종교를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이런 분야에 대한 이해나 훈련이 그만큼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활동에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 종교를 가진 사람만이 사회복지사가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고, 특히 특정 종교를 가져야만 우리 시설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논리는 더더구나 잘못된 생각이다.

모든 종교가 내세우는 교리의 제일위가 바로 무한한 사랑과 자기희생이기 때문이다.

기독교든, 불교든, 천주교이든, 아니면 심지어 사이비 종교도 모두 그 종교가 추구하는 이상은 사랑이다. 따라서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이미 사회복지사로서의 자격은 충분히 갖춘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세계의 분쟁지역을 살펴보자면 종교 갈등으로 인해 생긴 문제가 대부분인 현실이다. 그렇다면 종교인이 나서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할 책임이 있을 것인데, 그런 마당에 사회복지 분야까지 편을 가른다면 종교의 역할을 방기하는 짓이라 하겠다.

사회복지는 종교가 추구하는 목표여야지 전도의 방편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면 사회복지사의 자격에 특정한 종교를 끼워 넣어 사회복지의 숭고한 정신을 망가뜨리고, 그리하여 사회복지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