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묾과 떠남

生의 한가운데

2023-12-21     방선호 수필가
방선호

 

생자필멸(生者必滅)이란 말이 있다. 태어난 것은 반드시 멸하게 된다는 말이다. 회자정리(會者定離)와 거자필반(去者必返)이란 말도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떠남이 있으면 돌아옴이 있다는 말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끝자락에서 만나는 사자성어는 그 의미도 다른 여느때보다 깊게 들어온다.

이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로 주역에는 `무평불피(无平不陂) 무왕불복(无往不復)'라는 말이 있다. 즉, 비탈진 고개 없는 평지는 없고, 돌아옴 없는 떠남이 없다는 가르침이다. 오르막으로 말미맘아 내리막이 있고, 어둠으로 말미암아 밝음이 있는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인 까닭에 인간관계는 물론이고, 직장 및 직업과의 인연도 맺고 끊음이 없을 수 없다.

만남과 헤어짐, 입사 및 퇴사 등도 마찬가지다. 현상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평정심의 마음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만나고 헤어지고, 입사하고 퇴사하면 그뿐인 것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반드시 이래야만하고 저래선 안 된다고 고집하고 집착함으로써 전전긍긍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자기 자신과 직업 및 직장은 서로 Win-Win하고 상상(相生)하며 서로가 서로를 발전시키는 동반자적 관계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계라면 미련 없이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 타당하다.

이 같은 까닭에 공자님은 평생을 `가이사즉사(可以仕則仕) 가이지즉지(可以止則止) 가이구즉구 (可以久則久) 가이속즉속(可以速則速)'즉, 벼슬할 만하면 벼슬하고, 그만둘 만하면 그만두며, 오래 머물 만하면 오래 머물고, 속히 떠날 만하면 속히 떠나셨다고 한다.

인구감소 및 인공지능 로봇에 따른 직업 환경의 변화 등으로 구직난이 심각하다.

시대의 흐름을 예비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지만, 어쩔 수 없이 일정 부분은 젊은이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며, 21세기를 이끄는 리더로 우뚝 서야 할 주역 또한 젊은이들이다.

따라서 눈앞의 상황 및 기성세대를 탓하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태산 같은 부동심으로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연단을 통해 눈앞에 닥친 어려운 시대적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전념해야 한다.

`불환무위(不患無位) 환소무립(患所以立) 불환막기지(不患莫己知) 구위가지야(求爲可知也)' 즉, 벼슬자리가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벼슬에 합당한 능력을 가지지 못함을 근심하며,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음을 걱정하지 말고, 남이 알아줄 만한 능력을 갖추는 데 힘쓰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