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 담긴 `증평 아리랑고개' 재조명

3일 증평읍 보강천 미루나무 숲서 토속민요발표회

2023-05-31     심영선 기자

 

“부모형제 이별하고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어허 허 어허하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이는 증평아리랑 보존회·충북민요보존회 봉복남 회장(국가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이수자·사진)이 지난 2012년 6월 채록한 증평 아리랑 상여 소리다.

노래 가사에는 부모와 형제를 아리랑 고개로 떠나 보내는 애절함이 구구절절 담겨있다.

봉 회장은 충북민요보존회·증평아리랑보존회와 연계해 3일 오후 증평읍 보강천 미루나무 숲에서 열여섯 번째 `증평아리랑 토속민요 발표회'를 연다.

이 공연은 일제 강점기 증평에서 벌어진 눈물겨운 애한(哀恨)의 아리랑고개 설화를 주제로 이어진다.

1부 `아리랑 고개의 애환'은 증평 각설이타령, 밭 매는 소리, 농부가, 시집살이 민며느리 한 맺힌 소리, 집터 다지는 소리, 아리랑고개(상여소리·이별가)를 공연한다.

2부는 `효 콘서트 국악한마당'을 진행하며 흥지무, 신고산타령, 뱃노래, 아리랑 등 다양한 민요 가락을 부른다.

봉 회장은 “이번 공연은 증평지역에서 오랫동안 전해진 아리랑 고개 설화와 집터 다지는 소리를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토속민요의 전통성을 재조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리랑 고개는 증평읍 신동리에 실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길자 전 증평예총 회장은 “옛 아리랑 고개는 작은 모래동산으로 샛터말(신동리) 아이들의 놀이터였지만, 천연두 마마라는 역병이 지난 후부터는 애장(아이의 시체가 묻힌 무덤)이 많아 슬픈 사연을 간직한 전설의 고개가 됐다”고 회고했다.

최건성 증평향토문화연구회장도 “아리랑고개 좌우 절벽 아래엔 꽤 큰 소나무와 고목이 많이 있어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절벽 아래로 투신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증평향토문화 연구회는 아리랑고개 재조명을 위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증평 심영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