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재팬 이젠 필요 없다

데스크의 주장

2022-11-29     박명식 부국장
박명식

요즘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일본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행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 조치에 반발하면서 외쳤던 `노(NO) 재팬'의 목소리가 실종됐다.

노 재팬은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란 슬로건으로 전개한 대일(對日) 불매 운동이었다. `일본 여행 가지도 말고 일본 상품 사지도 말자'며 전 국민으로 확산된 노 재팬 운동은 일본 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가할 만큼 파장이 매우 거셌다.

노 재팬 운동이 시작되자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일본 관광시장은 막대한 지장이 초래됐다. 실제로 대마도에는 한국인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망연자실하며 울상 짓는 일본 국민들의 표정이 역력했다.

노 재팬 운동으로 국내 주류 판매 업소나 편의점에서 인기가 절정이었던 일본 맥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매 대상 1호였던 유니클로와 일본의 가전제품·수입차 시장도 큰 타격을 입으면서 폐업하는 매장이 속출했다.

그런데 올 10월 기준 한국 유명 여행사들의 해외여행 상품을 이용해 떠난 목적지로 일본이 1위를 차지했다. 전체 해외여행 중 일본 여행이 28.0%를 차지했고 같은 10월 예약된 여행은 더 높은 33.4%를 차지했다. 11월과 12월 일본행 국제선 예약률은 무려 지난 10월 중순 대비 3배 수준으로 오르는 등 `가지 않습니다' 운동이 어느 순간부터 슬그머니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올들어 일본 맥주는 노 재팬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2020년의 6489톤 대비 103.4%가 증가한 1만3198톤이 수입됐다. 일본산 가전제품과 자동차 수입도 상승곡선을 그렸고 유니클로 등의 브랜드 매출도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등 `사지 않습니다' 운동 역시 존재 자체가 무색해졌다.

이 같은 노 재팬 패싱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고질적인 냄비근성이 도발했다는 우려를 성토하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과거 우리 민족에게 씻을 수 없는 만행을 저지른 일본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전에는 절대 노 재팬 운동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함께 자중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이젠 더 이상 노 재팬을 언급하면서까지 일본이라는 나라를 딱히 경계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다른 일각의 주장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의 배경은 최근 들어 경제가 급몰락하고 국력이 눈에 띄게 쇠퇴해져가는 일본의 모습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보면서 과거 잘 살던 일본이라는 나라의 개념을 떨쳐버리게 된 인식 변화에 있다.

사실상 불과 10년 전 쯤 만해도 일본은 우리나라를 과거 자국의 식민지 국가였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멸시해 왔다. 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그래도 배워야 하고 언젠가는 따라가야 할 국가로 인식하면서 애써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고 분통을 삭히며 살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만용일지는 몰라도 요즘 우리 국민들의 입에서는 “일본도 이젠 별 것 아니다. 일본 국민들은 돈 아까워서 고기 한 번 실컷 못 먹는다. 일본 물가가 한국 물가보다 더 싸다. 요즘에는 한국 사람이 일본가면 환영 받는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되레 일본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일본 여행이 흥행하는 이유도 그동안 즐겨 찾았던 동남아시아나 중국처럼 값싸고 대우 받을 수 있는 최적의 해외 여행지로 일본을 꼽는 국민들이 크게 늘면서 비롯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의 변화가 아닌지 나름 긍정적으로 해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