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 바람 타고 떠다니는 곳

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영동 가학루 조선선비 기개 닮은 팔작지붕 사각사각 속삭이는 대나무숲

2022-09-29     연지민 기자

 

가학루(駕鶴樓).

명칭은 하나지만 `세월과 세상이 바람따라 떠다닌다'는 의미로 읽기도 하고, `누각이 새의 날개 같다'하여 붙였다고도 하고, `학이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곳'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만 고집하기에는 그 의미마다 운치가 있으니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겠습니까.

이름도 예사롭지 않은 이 정자는 영동 황간현 뒷산에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나트막한 뒷산이지만 꼭대기에 올라앉아 있어 마을마을이 발끝에 걸려 장난감처럼 보입니다.

1939년에 짓고 임진왜란 때 불에 타 사라진 것을 1930년에 중수했다고 하니 가학루의 역사에서도 풍파가 느껴집니다.

한때 영동의 내노라하는 선비들이 모여 지방행정을 논하고 담론을 만들어냈던 이곳도 찾는 이 없어 허허롭지만 팔작지붕의 기개만은 조선선비의 기개를 꼭 빼닮았습니다.

망연히 대청마루에 걸터앉으니 대나무숲에서 사각사각 바람이 말을 건네옵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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