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대란에 귀가 전쟁 “이유 있었네”

기사들 수입금 월급식 배분 `전액관리제' 기피 코로나 시기 무더기 이직 … 청주 운행차량 급감

2022-07-07     이형모 기자
첨부용.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식당과 술집의 심야 영업이 가능해지면서 청주시내 곳곳에서 밤마다 `택시잡기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심야 시간대 택시 이용객은 크게 늘어난 반면 코로나19 여파로 수입이 줄어든 택시기사의 무더기 이직으로 운행 차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6일 청주시에 따르면 지역 법인택시 회사 25곳에 재직 등록한 기사는 1200명 정도로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2월(1400명)보다 14%(200명) 줄었다.

회사마다 기사가 줄어든 만큼 운행 규모를 줄여 현재 휴업 등록한 350대를 제외하면 운행 가능한 택시는 1200대가량이다. 휴직자 등 실제 종사하지 않는 인원을 제하면 실제 운행 가능한 택시는 더 줄어들 수 있다.

기사 감소는 코로나 시기 벌이가 시원치 않아 업계를 떠난 이유도 있지만, 이때 맞물려 시행된 `전액관리제'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 2020년 1월 기존 `사납금제'를 폐지하고 월급 지급 방식의 `전액관리제'를 도입했다. 전액관리제는 기사들이 번 모든 수입금을 회사에 입금하고, 이를 월급식으로 배분받는 방식이다.

기사들은 사납금을 채우려 무리하게 운행하지 않아도 매달 일정금액을 손에 쥘 수 있어 유리하지만, 반대로 회사 측은 손해가 날 수 있어 `운송수입기준금'을 마련했다. 운송수입기준금은 하루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일정액으로 이를 채우지 못하면 나중에 월급에서 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기준금을 초과해 번 돈은 회사와 기사 간 7대 3 또는 6대 4 비율로 나눠 갖는 구조도 만들었다. 기사들은 하루 기준금을 채우기 벅찰 뿐만 아니라 초과 수익금도 전부 가져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하나둘 업계를 떠났다고 한다.

한 법인 택시 기사는 “기준금액이 이전보다 많이 올라 이를 채우기도 힘들고, 예전에는 사납금을 제한 나머지 돈은 모두 가져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열심히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없으니 택배나 배달, 대리운전으로 빠져나갔다”고 했다.

사납금제 때보다 못한 최저임금 수준으로 업계 수익구조가 바뀌다 보니 기사는 줄고 그만큼 택시 운행도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대다수 밤 시간대 운행을 꺼리는 개인택시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청주에 등록한 개인택시는 2532대로 보통 오후 8시 이후 운행을 중단한다고 한다. 고령자가 많아 밤 시간대 운행이 어렵고, 일부는 취객들과의 시비 등을 원치 않아서다.

법인 택시 기사가 줄고, 개인택시는 밤에 운행을 자제하니 오후 9시 이후부터는 택시 잡기 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

서원구 산남동과 흥덕구 시외버스터미널 앞 등이 택시 승차난이 주로 발생하고 있다.

시민 이모씨는 “산남동 길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려도 택시를 잡지 못했다”며 “결국 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용암동까지 걸어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택시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민원이 많아 업체에 운행을 독려하고 있다”며 “무단휴업 차량을 파악해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하겠다”고 말했다.

/이형모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