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보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

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2022-06-19     김일복 시인
김일복

 

한 마디로 `새로운 생각이나 기억'을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해 두는 것이다. 기록이란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역사의 가치나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실의 내용, 형태적 요소, 배경 등 맥락을 기록하는 일이다.

기록은 기억을 남기고 기억은 기록을 남긴다. 이것이 기록하는 이유다. 순간 떠오르는 영감이나 주제를 잊어버리기 전에 메모해 두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청주시 문화진흥재단에서는 매년 청주의 역사와 기록문화를 주제로 하는 예술장착 표현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기록문화 관련 학술 포럼, 콘텐츠 공모, 마을공동체 등 다양한 축제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큰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발맞춰 개인 및 문학, 예술 단체는 문화진흥재단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내가 속해 있는 문학단체에서 <연초제조창의 흔적과 노동자의 이야기>를 주제로 지원 사업에 참여했다. 우리는 연초제조창에 대한 환경이나 시민의 삶의 애환을 표현하는 데 집중 조명했다. 찻집에 모여 생존에 계신 노인을 모시고 당시 연초제조창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다. 연초제조창에 다니는 여성은 일반 대기업보다 임금이 높아 최고의 신붓감이었다. 그 시절 `안덕벌' 일대는 도로포장이 되지 않은 길이라 장마철이 되면 땅이 질어 장화를 신고 다녀야만 했다는 이야기, `보도연맹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여인들이 콩나물과 두부를 함께 만들어 생계를 꾸려 나갔다는 만신 할머니의 생생한 증언이다. 시민들의 기억은 역사의 뒤안길에 늙어가고 흔적은 사라지고 있다. 당시의 어려웠던 부분을 이해 할 수 있었다.

기록의 한쪽은 음식을 만드는데 시작되었을까? 그럼 조리법을 기록했을까?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어머니 김치에 소금 얼마나 넣을까요?”

“적당히 넣고, 짜지 않게 적당히 섞어라.”

시어머니의 조리법은 늘 적당히 넣고 적당히 알아서 하면 되었다. 그러나 `적당히'의 기준이 얼마큼인지? 답답하고 종잡을 수 없다. 어깨너머로 배웠다는 말이 있다. 즉, 연륜이 쌓이면 저절로 알 수 있다. 머릿속에 조리법을 기록해 두었을 거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람의 식성이 바뀌고 조리법이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문화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인생을 통해 음식에 대한 지혜나 깨달음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감동의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이처럼 기록은 우리의 밥상이 되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있다. 《직지심체요절》은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한 현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최고의 금속 활자본이다. 오랜 역사와 뛰어난 문화를 지녀온 문화 민족임을 입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미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현재 프랑스에 단 한 권만이 보관되어 있어서 그 희귀성 또한 크다. 《직지심체요절》은 청주 기록문화의 완성체이다.

기록 문화유산에 대한 고찰을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기록은 나에게 깨우침을 주었다. 그것은 통찰력이다, 어느 작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하루의 모든 것을 빠짐없이 기록한다고 한다. 기록하지 않으면 잊어버리거나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란다. 기록하고 계획하지 않으면 실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이 쌓아 온 비결이나 보편적 가치가 있는 의미에 대해 메모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듯 그냥 흘러갈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찾아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하는 일, 기억보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기록을 통해 삶과 연계되어 행동 양식이나 의식이 성장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