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랑, 참된 자비

시론

2022-04-14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농부가 추운 겨울 동안 소를 배불리 먹이고 춥지 않도록 잘 돌보는 것은 소를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란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봄날 논밭을 갈기 위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를 잘 돌보는 것을 참된 사랑이라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돈 농가에서 돼지들이 병 없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잘 먹이고 주사까지 놓아 주는 것도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겨우내 소를 잘 돌본다거나 돼지들을 건강하게 잘 키우고 살을 찌우는 것의 최종 목적이 소와 돼지를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이득이기 때문이다.

고장난 자동차나 고장난 세탁기를 신속하게 수리하는 것도 자동차나 세탁기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편리를 위한 수단이 잘 작동돼야만 자신의 삶이 편리한 까닭에 자동차나 세탁기가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자동차나 세탁기를 수리하는 것뿐이다. 따라서 자신을 위한 수단인 자동차나 세탁기를 수리하는 것보다 자동차를 폐차하거나 세탁기를 버리고 새 차와 새 세탁기를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이, 그 어떤 미안함도 가질 필요가 없이 자동차를 폐차하고 세탁기를 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단순 물질인 자동차 및 세탁기와 생명을 간직한 소나 돼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나아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로를 수단으로 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함은 너무나 마땅하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서로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은 동물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상호 협력하는 가운데 서로를 아끼고 보살피며 사랑하는 상생(相生)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중생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불교의 자비며 이웃을 제 몸처럼 돌보는 한편 5리 동행을 원하면 10리를 동행하는 기독교의 참사랑이다.

천손 민족인 우리 한민족은 사랑 및 자비와 동일한 맥락에서 `밝은 빛으로 세상을 다스림으로써,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광명이세(光明理世) 홍익인간(弘益人間)' 사상을 중시해 왔다. 밝은 빛으로 세상을 다스림으로써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광명이세 홍익인간은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광명이세 홍익인간은 할아버지가 자신의 수염을 잡아당기는 손자를 예뻐하며 토닥이는 당근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손자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단호하고 엄격한 꾸짖음 및 사랑의 매인 채찍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아울러야 한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백범 김구 선생의 뜨거운 외침이 떠오른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檀君)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새로 취임할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지자체 수장들이 자신의 출세욕 및 권력욕 등의 사리사욕을 다 내려놓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큰 사랑을 실천해 주길 바란다.

모든 국민도 자신의 DNA 속에 내재 돼 있는 `광명이세 홍익인간' 정신을 일깨워 대한민국이 세계 평화를 구현해 내는 지구촌의 진정한 `리더'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