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

교육현장

2022-02-09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햇볕이 환해졌다. 입춘이 지났지만 영하권의 날씨로 역시 춘래불사춘이구나 하였는데 어느새 절기는 봄으로 접어들었나 보다. 햇빛이 강해지고 밝아졌다고 하여 바로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동지가 지난 후 태양은 북반구로 이동했지만, 북반구 쪽 지구가 천천히 달구어지기 때문에 빛과 온도 사이의 시차로 인해 입춘이 지난 후 한 달 정도 지나야 계절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도 춘분이 되어야 본격적인 봄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통 3월 6일경인 경칩 즈음이 되어야 이제 봄이 오나 느낀다고 한다.

입춘 절기에는 봄나물 다섯 가지를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상에 올렸다. 민간에서 먹는 음식은 궁중 음식에서 유래할 때가 많은데 오신채 역시 입춘 무렵 수라상에 올리던 것에서 기인한다. 지역에 따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달래, 부추, 미나리, 파, 마늘 등을 올렸다.

동의보감에 보면 달래는 속을 덥히고 음식 소화를 촉진하며 복통이나 설사를 그치게 하고 부추는 심으로 들어가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위열을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 미나리는 갈증을 풀어주고 머리를 맑게 하며 주독을 제거할 뿐만 아니라 대장과 소장을 원활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 파는 담을 제거하고 한기를 없애며 신경 안정과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 마늘은 종기를 흩고 풍토병을 없애며 종양을 깨뜨리고 냉기를 제거하며 풍을 완화한다. 입춘 무렵 상에 올리는 오신채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피로를 완화하여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입춘에 즈음하여 행해지던 세시풍속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아홉 차리'와 `적선공덕 실천'이 대표적이다.

아홉 차리는 각자 맡고 있는 역할에 따라 그 소임을 아홉 번씩 부지런하게 되풀이하는 풍속이다. 공부하는 아이는 소학을 아홉 번 읽고, 나무를 하는 일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고, 새끼 꼬는 사람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꼬고, 아낙들은 아홉 가지 빨래를, 아이들은 아홉 바구니의 나물을 캐는 등 최고의 양수로 여겨지던 아홉의 최선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또 입춘날 즈음하여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일을 행하여 액을 막는 풍속이 바로 적선공덕 실천이다. 옛날 우리 조상은 밤중에 아무도 모르게 냇가에 징검다리 돌을 놓거나 가파른 고갯길을 깎아 편히 다니게 한다거나 동냥 움막 앞에 밥 한 솥 지어다 놓는 등의 적선을 실천했다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동사무소 앞에 쌀이나 옷, 기부금 등 다른 사람을 돕는 물품을 남몰래 가져다 놓는다든지,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든지, 코로나19로 애쓰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커피를 가만히 가져다 준다든지 등등의 일들이 이에 해당한다.

다시 새봄 새 학기, 맵고 쓴 나물로 원기를 북돋고 하던 소임을 더 열심히 더 성실히 수행하며 다른 이를 위해 자기 것 하나씩 내어놓는 적선을 실천함으로 입춘을 맞이하던 조상의 지혜를 떠올려 본다. 왜 맵고 쓴 나물인가 했더니 생(生), 로(), 병(病), 사(死), 독(毒) 등 인생의 다섯 가지 괴로움을 참고 견디라는 의미였단다. 맵고 쓴 나물이 건강을 돕듯 어려움을 만날 때 더 강해지는 삶의 원리를 기억하자.

코로나19의 방역 체제가 전환되면서 학교에서는 학업과 함께 방역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여전히 코로나19는 불편과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지만, 새봄처럼 새로운 희망을 빌어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