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바라던 농부의 마음 그대로

괴산 목도리 풍파정 수많은 생명 사그라진 겨울 들판 풍성함 기원한 선조의 염원 읽혀

2022-01-20     연지민 기자

 

겨울 여행은 쓸쓸함을 배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무성해서 잘 보이지 않았던 날것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겨울 들판도 마찬가지입니다.

벼, 배추, 꽃, 잡초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명이 자라다 사그라진 텅 빈 대지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생각의 수심도 조금은 깊어집니다.

시골길을 지나다 만난 풍파정(豊波亭) 풍경이 그랬습니다.

불쑥 솟은 언덕에 지은 풍파정에 오르니 골골이 흔적만 남은 겨울 들판이 한 권의 책처럼 펼쳐집니다.

갈피갈피 적어내려 간 어느 농부의 정직한 손길이 묵언(默言)으로 다가옵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날렵한 처마와 꼿꼿한 은행나무가 풍성한 물결로 퍼져 나가길 기원했던 선조의 마음으로도 읽힙니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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