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아이폰과 프로슈머

2007-07-13     충청타임즈
정 규 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미국에서 명품으로 대접받는다. 대한민국은 잘 모르지만, 그들의 발음으로 '샘셩'은 잘 알고 있다는 표현이 서슴없을 만큼 휴대전화 하나가 파생하는 브랜드 가치는 엄청나다.

그런 '샘셩'의 자리를 단박에 뛰어넘는 새로운 선풍이 생겼으니, 바로 스티브 잡스가 이끄는 애플이 최근 출시한 '아이폰(iPhone)'이다.

'아이폰'의 돌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휴대전화 단말기라는 기계자체의 성능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폰'은 휴대전화의 가장 원천적인 기능인 전화걸기와 받기라는 본질보다는 디지털 음원의 제공과 동영상 콘텐츠의 제공 등 부가적인 서비스에 가치의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아이폰의 부가가치가 미국의 이동통신 업체인 AT&T사의 서비스에 가입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절대독점의 지위를 추구하는데 있다.

바야흐로 기술의 진보는 축음기를 거쳐 낡은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추억어린 아날로그를 밀어내고 잔뜩 날세운 은빛 디지털의 물결로 세상을 뒤덮고 있으며, '차르르' 소리 내며 필름을 돌리던 영사기를 대신했던 비디오 테이프마저 DVD에 의해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같은 기술적 진화는 여전히 대부분 기계치인 기성세대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으나,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이폰'이 시도하는 '재미'의 독점과 이에 따른 문화종속성의 우려일 것이다.

세계적인 미래경영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그의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에서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으로 디자인과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들었다.

플랫폼 기반에서 콘텐츠 중심으로의 전이를 예견한 이 여섯 가지는 '아이폰'이 내재하고 있는 문화독점에 대한 욕망을 대변한다. 즉, 휴대전화의 원천적인 기능인 소통의 개념을 초월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 무한가치를 선점하는데 있다.

'아이폰'은 MP3 플레이어와 동영상 재생, 무선인터넷 접속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아이폰'의 장점은 디자인에 있다.

AT&T를 통해야만 가능한 기술적인 일방통행이 다양한 콘텐츠를 무기로 위력을 배가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생산자와 소비자로 뚜렷하게 구별되는 시대상황을 뛰어넘어 생산적 소비자, 즉소위말하는프로슈머(Prosumer, Producer 또는 professional+ Consumer)가 있다.

다행스러운지 혹은 필요악이 될지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아이폰'의 독점적인 콘텐츠의 일방통행 기도는 스물네살의 노르웨이 청년 존 레흐 요한슨에 의해 출시 사흘만에 해킹당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 해킹으로 인해 '아이폰'과 AT&T의 독점적 지위는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됐지만, 오히려 미국 외에서는 그림의 떡이었던 전 세계 소비자들도 '아이폰'의 사용이 가능하게 된 시장 확대의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다양성을 최고의 가치로 인정하는 시대가 되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세계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선점하려는 미국의 일방적인 콘텐츠 제공의 도도한 흐름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져야 한다.

감성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창의력을 바탕으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콘텐츠의 개발을 위해 우리 모두가 적극적인 프로슈머가 되어야 하며, 그 방법의 일환으로 UCC(User Created Contents)의 경제적 활용가치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