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한 달째 공백...후임은 언제
이상복·원승연 등 교수 출신 하마평 '없던 일로'
2021-06-09 뉴시스 기자
수석 부원장 체제 장기화 전망…일선 직원들은 만족
일각에선 '온건파vs강경파' 부원장간 갈등설도
정부의 금융감독원장 후임 인선 작업이 꼬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노조의 입장, 대통령 선거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복잡하게 맞물려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대체로 일선 직원들은 수석 부원장 체제에 만족하지만, 부원장들은 금감원 기조를 두고 불협화음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정부의 후임 인선 작업은 감감무소식이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간 유력 후보로는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원승연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손상호 전 금융연구원장이 거론됐었다. 최근에는 손 전 원장이 신상 조회를 거부해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이 교수와 원 교수가 차기 금감원장으로 압축되기도 했다.
하지만 금감원 후임 인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윤 전 원장이 강경 기조를 내세워 금융권과 갈등을 벌인 만큼, 두 번 다시 교수 출신을 앉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도 이를 고려해 후임자를 다시 물색하고 있다.
특히 유력 후보였던 원 교수는 금융위가 직접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교수는 지난 2017년부터 약 3년간 금감원 시장담당 부원장을 지냈는데,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와 갈등을 빚었다. 대신 금융위는 원 교수에게 자본시장연구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의 경우, 지난 2017년 한 언론사를 통해 내보냈던 기고문이 발목을 잡았다. 당시 이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민간 기구인 금감원이 금융감독 업무를 담당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관료들도 1년도 채 못 있을 자리라는 점에서 오길 꺼리는 상황이다. 실제 금감원장 자리는 내년 3월 대선이 끝난 뒤 다시 교체될 것이 유력하다. 당초 금감원장 하마평에는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차관,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 협상 대표, 김종오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관료 출신들이 거론된 바 있다.
금감원장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금감원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해지고 있다.
우선 금감원 일선 직원들은 김근익 수석부원장 체제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매번 금융권과 각을 세웠던 윤 전 원장과 달리, 정해진 일정 외에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지 않다는 점에서다.
반면 부원장들 간의 사이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윤 전 원장 시절부터 있었던 김 수석부원장과 김은경 소비자보호처장 사이의 갈등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금융감독 기조는 확연히 다르다. 김 수석부원장은 금융위와 조율을 우선시하는 반면, 김 처장은 '리틀 윤석헌'이라 불릴 정도로 강경파에 속한다.
게다가 윤 전 원장 임기 막바지쯤에 있었던 임원회의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최성일 부원장마저 김 처장 입장을 옹호하면서 '김근익 vs 김은경-최성일' 구도로 갈등기류가 형성됐다는 내부 이야기도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 시절 시작된 부원장 간의 갈등이 아직까지 남아 있으나 대외를 의식해 표면적으로 드러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장 공백으로 금융감독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를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또 금융위로부터 암호화폐 거래소 심사도 위탁받은 상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수석 부원장을 금감원장으로 승진시키는 방안이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