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2021-05-24     민은숙 청주 생명초중 사서교사
민은숙

 

문과냐 이과냐를 묻는다면 나는 전형적인 문과적 인간이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수학 중에서 입체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도형이나 글자를 위나 옆, 아래로 들여다봤을 때 어떤 형태인가? 라는 문제에서 한참 고민한다. 주차할 때도 익숙해지기 전까지 공간 계산이 되질 않아 고생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런 내가 수학책을 끝까지 다 읽었다.

그것도 얇지 않은, 무려 200쪽의 수학책을 읽은 것이다. 졸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머리 감싸 쥐지 않고 다 읽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최영기 서울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쓴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21세기북스) 책이다.

직업상 주로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 줘야 하는 일이 많다. 예를 들면 간단하게는 비접촉 체온계, 책 소독기를 쓰는 방법부터, 복잡하게는 책을 검색해 찾고 서가에서 찾는 방법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안내문이 있다. 고민해서 최대한 알아보기 쉽고 짧게 정리했고, 사진도 명확히 보이도록 안내문을 만들었다. 고학년들은 읽고 그대로 하지만, 아직도 문장 읽기가 서투른 저학년에게는 말로 설명하는 게 빠르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직접 보여주거나, 간단한 단문으로 설명을 해 준다. 아이가 잘 따라하면 내가 설명을 잘했구나 싶어 뿌듯하고, 알아듣지 못하면 어떻게 설명해야 이 아이가 잘 알아듣는가를 고민한다. 쉽고 간단하게, 몸짓이나 그림으로 설명하고는 한다. 잘 가르치는 사람은 그렇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이 그런 책이다.

수학책이니까 연필과 종이를 챙겨들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개념을 정리하고 설명하는 책이다. 연필과 종이가 크게 쓰일 일은 없다. 중 1~3학년의 도형 부분의 요점을 정리하는 책이고, 왜 그런지를 설명한다. 교수님이 내 앞에서 조곤조곤한, 그러나 졸리지 않는 말투로 내 앞에서 1대 1로 설명해주는 느낌의 책이다. 문체 자체가 `음, 그러니까 이거는 이래서 그래.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라고 차분히 설명해 주는 느낌의 책인 것이다. 중 1~3학년 수학의 도형 부분은 이 책으로 개념 정리가 다 되지 싶다. 게다가 교수님의 생각과 이야기가 많이 들어 있어 잡담은 많은데 그게 또 내용과 연관되어 내용 이해도 쉽고, 생각의 폭을 더 넓혀 주는 이야기라서 더 좋았다.

다른 수학책을 들여다보고 조용히 다른 책을 집어든 경험이 있다면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 주고 싶다. `수학 귀신'을 다시 만난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다 읽고 나서 뭔가 모르게 뿌듯한 경험은 참 오래간만이다. 2020년 11월에 나온 수학책이 올해 1월에 벌써 6쇄인 걸 보니 나 같은 사람 참 많구나 싶다. 오래간만에 나만의 좋은 수학 선생님과 만난 기분이다.

최 교수의 다른 책,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도 있다.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이 책도 읽어봐야지 싶다.